경찰의 말을 종합해보면, 26일 새벽 2시 40분께 6평 규모의 김주영 씨 원룸에서 불이 났다. 김주영 씨 집 2층에 사는 이웃주민은 펑 소리가 나서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김 씨의 집이 불타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소방서 신고 접수 기록을 보면 최초신고 이후, 김 씨도 소방서에 구조 신고를 했다. 하지만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김 씨는 이미 화재 연기에 질식사한 상태였다.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김 씨는 리모컨으로 자신의 집 문을 열어놓았으나 이것만으론 연기를 피하기 어려웠다. 김 씨가 참사를 당한 장소와 출입문까지는 불과 몇 발작 거리였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혼자서 전동휠체어에 앉을 수 없었던 김 씨는 밖으로 나오지 못해 화염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 추모제. ⓒ프레시안(허환주) |
김 씨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밖에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시간이다. 이날 활동보조인은 밤 11시 30분에 퇴근했고 참사는 그 이후 발생했다. 장애인단체는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만 이뤄졌다면 김 씨가 그렇게 어이없이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2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평소 고인과 친했던 최진영 성동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왜 이렇게 장애인들이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손가락밖에 움직이지 않는데 화재 속에서 주영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게 해달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그 결과, 지금처럼 한겨울 수도관이 터져 죽거나, 불이 나서 죽는 게 지금의 장애인이다. 이제라도 우리를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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