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대표적인 '비박(非朴)'계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정수장학회는 법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들 눈의 잣대로 봐야 한다. 쿠데타가 아니었으면 부일장학회를 강탈할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5.16 쿠데타와 유신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하면서 그 때 강탈한 남의 재산은 합법이라고 한다면 자질 의심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총선 전 박근혜 후보가 직접 영입해 '박근혜 맨'으로 불리는 이상돈 정치발전특별위원 역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것 같다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에게 좀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이런 문제를 훌훌 털어버려야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데 그런 기대와는 좀 어긋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박 후보가 '부정부패로 지탄을 받던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 씨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재산을 헌납한 것'이라며 오히려 김 씨를 비난한 것에 대해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있고 강탈에 가깝다는 법원 판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박근혜 후보. ⓒ뉴시스 |
'국가 강압' 인정한 1심 판결에도…朴, 또 다시 판결 부정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5월 "부일장학회 헌납 사건은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재산 헌납"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법원 역시 지난 2월 김지태 씨의 유족이 제기한 재산반환 청구소송에서 시효 소멸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긴 했지만, 김 씨의 주식 증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강압적인 게 없어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강압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인혁당 사건은 두 개의 판결"이라고 주장, 과거사 논란에 불을 지펴 뒤늦게 사과까지 하고나서도 법원 판결을 재차 부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박 후보는 "강탈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다가 회견 직후 이정현 공보단장이 판결 관련 기사를 보여주자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했습니까? 그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다"면서 "강압이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걸로 제가 알고 있다"고 정정했다.
측근들은 이런 말 바꾸기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정수장학회 문제가 오래 전부터 불거진데다 기자회견 역시 수일 전에 예고됐던 상황에서,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강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바꾸지 않으면서 들끓는 여론은 다독여야 하다보니 판결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상돈 위원 역시 "지난 번에도 법원 판결에 대한 혼란이 있었는데, 이런 게 외부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선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의 일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 당시는 헌정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때"라면서 "그 시절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하면 끝없는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박 후보가 '이사진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며 사실상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한데 대해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기존 입장과 같다면 (장학회가) 본인과 관계없기 때문에 맞지 않는 말"이라며 "(어제 박 후보의 회견엔) 여러 면에서 상황이 충돌하는 언급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