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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산 만난 롯데, '설욕'인가 '굴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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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산 만난 롯데, '설욕'인가 '굴욕'인가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미리보기

두산과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만났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두 팀은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바 있다. 그때도 두산이 3위, 롯데가 4위였다. 두 번 모두 1차전은 롯데가 승리했다. 그러나 두 번 다 최후의 승자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2009년 2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거둬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했고, 2010년에는 2차전까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차전부터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에게는 좋은 기억이지만, 롯데에겐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 이번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 두산 vs 롯데
순위 3위 vs 4위 / 승률 .523 vs .512 / 평균자책 3.58 vs 3.48 /
타율 .260 vs .263 / 득점 524 vs 509 / 실점 519 vs 518 / 홈런 59 vs 73
볼넷 362개 vs 375개 / 도루 116개 vs 119개 / 실책 67개 vs 72개

선발 로테이션

- 두산
더스틴 니퍼트(3.20 평균자책점, 4.08 FIP, 9이닝당 5.85탈삼진/3.15볼넷/7.24피안타)
노경은(2.53 평균자책점, 3.47 FIP, 9이닝당 8.2탈삼진/4.25볼넷/6.53피안타)
이용찬(3.00 평균자책점, 3.46 FIP, 9이닝당 6.28탈삼진/3.5볼넷/8.56피안타)
김선우(4.52 평균자책점, 4.34 FIP, 9이닝당 3.47탈삼진/2.26볼넷/10.03피안타)

- 롯데
송승준(3.31 평균자책점, 3.91 FIP, 9이닝당 6.46탈삼진/3.15볼넷/8.72피안타)
쉐인 유먼(2.55 평균자책점, 3.29 FIP, 9이닝당 7.11탈삼진/2.81볼넷/7.81피안타)
라이언 사도스키(4.32 평균자책점, 4.17 FIP, 9이닝당 5.88탈삼진/4.14볼넷/9.24피안타)
고원준(4.25 평균자책점, 4.91 FIP, 9이닝당 4.25탈삼진/4.06볼넷/10.29피안타)

격세지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발투수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두산은 이번 시즌 들어 '선발왕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건재하고, 10년차 노경은이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이용찬이 지난해를 뛰어넘는 위력을 보여줬고, 후반기 들어 김선우가 살아나면서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완성됐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롯데는 물론이고 SK와 삼성보다도 탄탄해 보인다.

정규시즌 롯데전에서 매우 강했다는 것도 자신감을 주는 요인이다. 니퍼트(롯데전 평균자책 2.13)-노경은(1.90)-이용찬(1.07) 3인방은 올해 롯데전에서만 6승 2패를 합작했다. 좌완 선발이 없다는 게 옥에 티지만, 롯데를 상대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올해 롯데에서 우완투수를 상대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손아섭 .297). 우타자 위주의 롯데에겐 우완 일색인 선발진이 오히려 강점일 수 있다. 올스타전 이후에만 평균자책 1.53에 7승 2패를 질주한 노경은을 비롯해, 선발진 전원이 후반기에도 좋은 피칭을 이어갔다는 점도 두산으로선 고무적이다. 다만 선발투수가 잘 던진다고 해서 반드시 팀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후반기 두산 선발 중에 패보다 많은 승을 거둔 선수는 노경은 하나뿐이었다. 니퍼트는 후반기 평균자책 3.01을 기록하고도 2승 4패에 그쳤다.

반면 롯데 선발진에 대해서는 '두산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어차피 야구는 상대적이다. 선수 개개인의 성적만 놓고 보면 두산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두산을 상대로 한 롯데 선발진의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선발로 낙점된 송승준은 두산전 성적(평균자책 2.90)과 후반기 성적(1.92) 모두 빼어났다. 특히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등판한 탓에 큰 무대에 익숙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3차전 선발로 예정된 사도스키도 후반기 살아나는 모습(3.53)을 보였고 두산을 상대(2.18)로도 강했다. 이용훈의 이탈은 뼈아픈 부분이지만, 대신 '애증의 대상' 고원준이 두산전에서 평균자책 1.42로 좋았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후반기 회복세를 보여준 고원준은 1~3차전 사이에는 중간계투로, 4차전에서는 (필요하다면) 선발투수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가 5회 정도까지만 대등한 수준으로 막아주면, 이후 '양떼불펜'을 투입해 경기 후반에 승부를 거는 경기 운용이 예상된다.

롯데 선발진의 키를 쥔 선수는 2차전에 나서는 유먼. 시즌 내내 에이스로 활약하다 막바지에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유먼이 과연 어떤 투구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두산의 실질적 에이스인 노경은이 나오는 2차전은 어떤 면에서는 1차전보다 훨씬 비중이 큰 경기다. 만일 롯데가 1차전에서 패할 경우,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만 희망을 갖고 사직 홈구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1차전 승리 시 2차전까지 잡으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홈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양승호 감독이 단순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먼을 2차전에 기용하는 것만은 아니란 이야기다.

▲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두산과 롯데의 감독과 선수들이 준플레이 오프 예상 경기일정을 손으로 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 손아섭, 강민호, 양승호 감독, 두산 김진욱 감독, 김현수, 이용찬. ⓒ연합뉴스

구원투수진

- 두산
좌완 – 김창훈
우완 – 김승회, 김상현, 김강률, 홍상삼
언더 – 변진수
마무리 – 프록터(35세이브 평균자책 1.79)

- 롯데
좌완 – 이명우, 강영식, 이승호
우완 – 최대성
언더 – 김성배, 정대현
마무리 – 김사율(1홀드 34세이브 평균자책 2.98)

어느 한쪽의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 두산은 젊고 힘 있는 빠른 볼 투수들이 불펜의 주를 이룬다. 1이닝 이내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후반기 페이스도 눈부셨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든 구원투수 전원이 후반기 평균자책점 3.00 이하를 기록했다(가장 높은 변진수 2.93). 특히 전반기에 롤러코스터 피칭을 거듭하던 프록터는 후반기에는 완벽한 투수로 거듭났다. 후반기 0.81의 '선동열급' 평균자책에 22.1이닝 동안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다만 롯데를 상대로는 4.26으로 그다지 좋은 투구내용은 아니었다. 두산 불펜진의 약점은 좌완투수가 김창훈(롯데전 7.71) 하나뿐이라는 점과 젊은 투수들의 큰 경기 경험 부족. 정재훈, 고창성 등 기존 불펜 에이스들의 공백은 위기에서 예상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양떼불펜'을 내세운 롯데는 마무리 불안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마무리 김사율은 두산전(5.14)에 약했던 것은 물론, 후반기에는 이닝(16.2)보다 많은 안타(20개)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평균자책 0.64를 기록한 '여왕벌' 정대현이 있긴 하지만 두산의 지그재그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불펜진에 좌완이 세 명이나 되지만 이 중 강영식은 두산전 평균자책 8.53, 이명우는 5.68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이승호가 두산전 11.1이닝 1실점으로 완벽한 모습(0.79)을 보였다는 게 믿는 구석이다.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불펜진의 키는 SK 출신인 이승호-정대현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승호가 중간에서 1~2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주고, 정대현이 뒷문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 양승호 감독의 불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진다. 이른바 '양떼야구'와 '벌떼야구'의 만남이다. 중간과 선발을 오갈 고원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발투수가 두산보다 약한 롯데의 사정상, 경기 중반 등판해서 긴 이닝을 버텨주는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고원준보다 더 어울리는 선수도 없다.

라인업

- 두산 (.260/.322/.352)
중견수 이종욱 L
3루수 이원석 R
좌익수 김현수 L
지명타자 윤석민 R
2루수 최주환 L
포수 양의지 R
1루수 오재일 L
유격수 김재호 R
우익수 민병헌 R

- 롯데 (.263/.326/.364)
중견수 전준우 R
좌익수 김주찬 R
우익수 손아섭 L
지명타자 홍성흔 R
포수 강민호 R
1루수 박종윤 L
3루수 황재균 R
2루수 조성환 R
유격수 문규현 R

김동주와 손시헌, 고영민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준석과 오재원은 더 이상 붙박이 주전 멤버가 아니다. 그 자리를 윤석민, 최주환, 김재호, 오재일 등 가을잔치가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채운다. 두산은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지만, 올해는 큰 경기 경험이 더 이상 강점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해 중심타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수는 3번 김현수. 김현수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지만, 후반기 타율 .243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데다 가을에 즐거운 기억도 별로 없다. 후반기 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타율 .319)을 낸 윤석민은 정작 롯데전에서는 .176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외에 최주환(.211), 이원석(.200) 등도 롯데전에서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다.

막강 선발진이 아무리 1~2점 이내로 틀어막아도,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팀홈런 6위(59개), 팀도루 6위, 팀출루율 8위(.322), 팀장타율 6위(.352)에서 드러나듯 팀 전체적으로 공격에서 이렇다 하게 내세울 장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희생번트(102개로 4위)와 같은 단조로운 작전 외에는 점수를 내기 위한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다. '대체선수'들 위주로 채워진 라인업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벤치가 마운드에 비해 공격 쪽에는 다소 무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벤치와 야수들 간의 '신뢰'가 예전만큼 공고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번트를 지시하거나 대타를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다. 팀의 베테랑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 것도 감독의 권한이다. 어차피 팀이 승리하려면 누군가는 개인 성적이나 출전기회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팀이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하에 일치단결해 있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라면? 벤치의 지시나 결정을 이행해야 하는 선수들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온전히 납득하지 못한 가운데 움직인다면? SK 시절 김성근 감독은 시즌 내내 베테랑 김재현을 외면했지만, 포스트시즌 때에 가서는 중용해서 성공을 거뒀다.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은 '미친' 선수가 사방에서 출몰해서 예측불허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팀이었다. 올해의 두산에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라인업이 싹 바뀐 두산과 달리, 롯데는 이대호가 박종윤으로 바뀐 것 외에는 지난 몇 년 동안과 거의 같은 야수진이다. 비록 가을에 쓰라린 기억이 많긴 했지만, 경험 면에서 올해만큼은 두산보다 오히려 낫다. 아픈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아무튼 큰 무대에서 자주 경기를 치러봤다는 것은 유리한 점이다. 다년간의 가을야구 경험이 이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됐다.

무엇보다 롯데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캡틴, 조성환과 홍성흔이 여전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후반기 들어 구룡폭포 수준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선수단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조성환은 10월 들어 8타수 4안타로, 홍성흔은 5타수 3안타로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한 것도 긍정적이다. 팀이 한창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는 사이클에 접어든 만큼, 포스트시즌에서는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10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롯데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 타선의 약점은 손아섭과 박종윤 외에는 상대에게 위협이 될 만한 좌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우완투수 위주로 구성된 두산 마운드를 감안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왼손 대타로 기용될 박준서와 김문호는 우투수를 상대로 별다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공격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전준우가 후반기(.233)에도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2번타자 이후로는 타순 흐름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전준우만 살아나면 타선의 퍼즐조각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준비기간 동안 부진 탈출의 돌파구를 얼마만큼 찾아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에 더해 선수들이 벤치의 작전지시를 얼마만큼 잘 수행하는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총평

2009년과 2010년의 대결에서 롯데는 두 번 모두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면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는 그때의 롯데가 아니고, 두산도 그때의 두산이 아니다. 그 사이 두 팀은 사령탑이 바뀌었고, 팀컬러도 180도 달라졌다.

단기전의 특성상 선발 마운드가 두터운 두산이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큰 경기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경험과 분위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동주와 손시헌이 빠진 두산과 달리 롯데는 지난 4년간의 가을야구 경험을 지닌 선수들이 주축이다. 베테랑들이 주도해서 이끌어가는 팀 분위기도 롯데 쪽이 우세하다. 벤치 싸움에서도 초보 사령탑인 김진욱 감독보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양승호 감독 쪽이 유리해 보인다. 선발진은 막강하지만 공격 면에서 약점이 뚜렷한 두산에 비해, 롯데는 마무리를 제외하면 결정적인 약점은 없는 편이다.

니퍼트와 송승준이 대결하는 1차전 승부가 중요하다. 선발싸움을 대등하게 가져가면서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이번에는 롯데가 마지막에 웃게 될 가능성이 높다. 3승 2패로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한다.

www.futures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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