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로 예정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명단의 공개와 국정조사의 시기 및 명단 공개 범위를 두고 충돌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즉각 명단을 공개하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전면 공개는 어렵다고 맞서 있다.
책임 소재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에서 직불금 부당 수령 감사 결과를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전, 현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증인 신청도 검토"
한나라당은 전 정권의 '감사 결과 은폐'에 화력을 집중함과 동시에 '명단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2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명단 공개로 인한 명예훼손 문제, 그 사람에 일어나는 부수적인 민형사상 책임은 민주당이 지겠다고 각서를 쓴다면 모든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윤성 의원도 "명예훼손 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로 피해 입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대국민홍보 창구를 기회 있을 때마다 만들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포퓰리즘 유혹에 빠져서 인민재판식으로 명단부터 공개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이 저질러놓은 잘못을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정치공세"라며 "쌀 직불금 은폐사건 이후에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은 이명박 정부나 우리하고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전 정권에 문제를 돌렸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울 것도 검토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KBS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언론은 전부 은폐의 당사자를 감사원이 보고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이 했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증인 신청) 검토사항 중 하나"라고 밝혔다.
"농민 돈 가로챈 것도 문제지만 양도세 면탈 의도도 문제"
민주당은 강경하다. 감사원이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직불금 수령자 17만명 명단의 '모두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직불금 부당 수령 명단에 우리 당 의원이 포함돼 있더라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가야 한다"고 주장해 의원들의 박수와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가 1차 가공한 직불금 부당 수령 명단을 갖고 국정조사를 한다면 국민들과 특히 농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명단이 투명하게 국정조사에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직불금 문제는 전 정권도, 현 정권도 책임이 있지만 누구의 책임이냐를 묻기 전에 대한민국의 책임"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농민에게 돌아갈 돈을 가로챈 것이기도 하지만 양도세 면탈이라는 큰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법 수령 추정자들의 명단이 보관돼 있는 만큼 그 명단을 공개해서 국정조사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명단은 어디에?
한편 명단이 어디에서 먼저 나올 지도 관건이다. 감사원이 폐기한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에 대해서 김황식 감사원장은 21일 "2~3주 안에 명단을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한국농촌공사를 대상으로 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촌공사가 가진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농촌공사 직원 김 모 씨는 "자료 폐기 전에 감사원 감사관이 부당수령자 28만 명의 통계 자료를 휴대용 보조기억장치(USB)에 담아갔고 여기에는 개인 리스트가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의 공개 및 열람을 거부한 바 있는 와중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가진 정보의 출처가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명단을 손에 쥐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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