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토론회 자리를 방문해 '젊은층 끌어안기'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향해 "(반값 등록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23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전국 39개 대학총학생회장모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해 대학생들의 의견 청취에 나섰다. 지난 20일 후보 확정 후 '국민 대통합 행보'를 시작하며 자신의 취약 지지층인 젊은층 공략에 나선 것.
그러나 박 후보가 다음 일정을 이유로 축사만 남긴 채 자리를 뜨려하자, 대학생들 사이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박 후보는 축사를 통해 "대학 생활이 인생에서 참 아름답고 좋은 시절인데 막상 현실을 보면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느라고 바쁘고 스펙 쌓기, 학점 관리에 정신이 없다"며 "제가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여러분의 등록금 부담, 분명하게 반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무게가 얼만지 아시나. '두근두근' 합해서 네 근"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지만, 다음 일정을 이유로 토론회 참여없이 자리를 뜨려하자 분위기가 냉각됐다. 사회를 맡은 이재영 의원이 박 후보를 위해 장내 정리를 선언했고, 이에 토론회 주최자인 김상민 의원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대학생들을 향해 "이런 자리에서 쓴 소리를 해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 마음대로 말씀 하시라"며 박 후보를 향한 질문을 유도했다.
김 의원의 '깜짝 진행'으로 즉석 질의응답이 이뤄지자, 각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박 후보를 향해 "(반값 등록금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 달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건국대 총학생회장 임진용 씨는 박 후보를 향해 "저희와 소통할 준비가 되셨느냐"고 따져 물었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장 장지호 씨는 "(박 후보가)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게 유감이다. 정치적 활용을 위해 토론회를 가진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긴다"며 "바쁜 일정인 것은 알지만,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라 기자들 없이 우리끼리 세 시간씩 토론을 하는게 진정한 소통의 방법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학생은 "반값 등록금이 새누리당 당론이 맞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김상민 의원 역시 초반 축사를 통해 "이 자리가 단순히 보여주기 식 자리, 청년들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학생 학우들의 마음, 캠퍼스의 마음이 정확히 정치권으로 전해지는 자리가 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학생들의 연이은 '깜짝 질문'에 "(반값 등록금은) 새누리당의 당론이다. 꼭 실현할 것"이라며 "반드시 해결해 나갈 것이고, 제가 약속을 잘 지킨다는 얘기를 듣지 않나.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정성을 믿으면 걱정하실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분들의 얘기는 나중에 꼭 전해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토론회 시작 50여 분 만에 학생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떴고, 이후 토론회는 김상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학생들의 토론으로 속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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