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향후 세계 주요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4일 '주요 업종별 국내외 대표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태도를 취하면서 성장잠재력이 악화돼 세계 주요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음식료, 화학,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통신 등 6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외 상위 3대 기업을 선정하고, 그 뒤 지난 2003년부터 3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경우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99.5%로 세계 주요기업들의 182.3%보다 82.9% 포인트 낮았다. 또 총자본 중 자기자본의 비중을 의미하는 자기자본비율은 50.1%로 세계 주요기업(35.4%)보다 14.7% 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기업경영의 건전성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로, 부채비율이 높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평가된다. 반대로 부채비율이 낮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으면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높아진 데는 외환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빌려준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조조정 처방을 그대로 받아들인 정부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수익이 낮은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앞다퉈 나섰다.
그 이후 이같은 경향은 더욱 확대되어 심지어는 기업들이 설비확충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생산성 확충을 위해 써야 할 돈도 기업 내부에 유보금으로 쌓아놓는 일이 관행처럼 돼버렸다.
이같은 보수적인 경영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결국 무분별한 투자를 제어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IMF식 처방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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