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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입법예고…"실효성 의문" "지나친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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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상법개정안 입법예고…"실효성 의문" "지나친 규제" 논란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도' '회사기회 유용 금지' 도입

기업의 책임경영 활성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표로 하는 상법(회사편) 개정안이 4일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에는 지난 6월 공개된 상법 개정 초안에 나와 있던 '이중대표소송'과 '집행임원제도'가 그대로 포함됐다. 또 초안에는 없었던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도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규제의 증가'로 해석해 "기업활동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재계와 정부, 시민단체 간의 간단치 않은 논리대결과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개정안은 연말에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도 등 초안대로 개정안에 반영
  
  3일 법무부가 밝힌 상법 개정안에는 '이중대표소송' 제도가 포함됐다. 이는 지난 6월 상법 개정 초안이 공개됐을 때 재계가 가장 많이 문제 삼았던 제도 중 하나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중대표소송 제도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진의 위법행위를 따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자회사 이사진의 잘못된 경영으로 이익이 침해됐을 때 자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잘못된 경영에 대해 주주들이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을 자회사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회사의 이사진으로서는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모회사 주주까지 넓어진 셈이다. 이런 제도는 편법경영을 줄이고 책임경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정안은 또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맡은 경영인을 법인 등기부에 '집행임원'으로 기재하도록 해 기존의 등기이사와 유사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했다. 이는 불법적 경영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등기이사가 지도록 한 규정을 악용해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등기이사에는 오르지 않으면서 경영에 참가해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제도 역시 책임경영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도 포함돼
  
  한편 이날 발표된 개정안에는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도 포함됐다. 이 규정은 당초 발표됐던 상법 개정 초안에는 언급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된 사실에 대해 적잖게 놀라는 눈치다.
  
  이 규정은 이사가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유용해 자신이 이익으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으로 취득하게 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들이 그동안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부를 늘려주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상법개정안은 빛좋은 개살구?…경제개혁연대 "실효성에 의문"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책임경영 문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시민단체들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강하게 집착해 왔던 '이중대표소송'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낸 논평에서 "이중대표소송의 대상범위를 상법상의 모자회사 관계로만 한정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제도 도입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단언했다. 개정안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모회사로 정하고 있는 기존 상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최근 35개 기업집단의 668개 비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정안에 따라 이중대표소송이 가능한 경우는 242개사(36.23%)에 그쳤다.
  
  실제 현재 전·현직 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삼성카드가 25.6%, 제일모직, 삼성SDI 등이 각각 4%를 지분을 갖고 있어. 어떤 계열사도 에버랜드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즉 상법상 모자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이중대표소송이 도입되더라도 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삼성카드나 제일모직 등의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중대표소송이 법전 안에 머무르는 화석화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집행임원제도 역시 기업 오너의 회사 지배력을 떨어뜨려 책임경영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재계의 반발로 인해 최종 개정안은 회사가 이 제도의 도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실제 이 제도가 얼마나 폭넓게 정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말 개정안 국회 제출 앞서 치열한 로비전 예상
  
  이처럼 이중대표소송이나 집행임원제도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재계는 공식 논평으로는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도 등이 포함된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속으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번 최종 개정안에 포함된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재계가 속으로도 당황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정에 대해 전경련은 "상법개정특별위원회나 공청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가 갑자기 포함됐다"며 "세계적으로 입법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 시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연말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 시점에 앞서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개정안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보다 강화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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