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황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온 김문수·김태호·임태희 등 비박(非朴)계 대선주자들은 전날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황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약속받고서야 경선에 복귀했다.
이해찬 "황우여 책임론? 정치 오래한 나도 황당"
이를 두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을 지휘한 사람이 박근혜 전 위원장이고, (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공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황 대표가 책임을 진다니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며 "정치를 오래한 나로서도 황당하다"고 밝혔다.
김한길 최고위원 역시 "옛날 왕실에선 왕세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신 매 맞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면서 "황 대표가 박 전 위원장을 대신해 매 맞아주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 지난 5.15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에 당선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은 황우여 대표. 황 대표는 당시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당 대표로 당선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같은 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황우여 대표의 매품팔이는 지켜보기에도 '안습('안구에 습기찬다'는 말의 줄임말로, 안타깝다는 뜻의 속어)'"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황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새누리당의 결정은 민심이란 곤장대에서 황우여라는 매품팔이를 등 떠미는 것"이라며 "게다가 그 책임을 흔쾌히 넘겨 받겠다고 선언한 황 대표에 대해선 이제 황 '당대표'가 아니라 '황당' 대표라고 할 만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연석회의 결정은 새누리당의 몸통이 누구이고, 꼬리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면서 "매품팔이 황우여, 유체이탈 박근혜'가 공천 장사 위기와 국민적 비판에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위기 대응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카게무샤' 황우여 "박근혜까지 책임 묻지 말라"
비박(非朴)-친박(親朴)을 막론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보위'에 야권은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총대를 맨 황 대표는 이런 자신의 '희생양 역할'을 수긍하며 검찰 수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비박계 주자들이) 무조건 나보고 사퇴하라고 하는데, '현기환이 돈 받은 게 드러나면 내가 사퇴하겠다. 그걸로 끝내자. 박근혜 전 위원장한테까지 거슬러 올라가 책임을 묻지 말자', 그렇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박근혜 후보을 위해 총대를 맸음을 시인한 것이다.
'경선 보이콧'이란 초강수를 뒀다 사흘 만에 이를 철회한 비박계 주자들도 박근혜 후보를 향해 직접 총구를 겨누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황우여 책임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박근혜 후보가 황 대표에 비하면 10배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지만, 공식적으로 박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공천 당시 원내대표직을 맡았던 황 대표의 퇴진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황우여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것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었는데, (황 대표가) 들어갈 자리와 나올 자리를 아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새누리당에 '눈치보는 사람'과 '눈치 주는 사람'만 있다는 설이 이번에도 확인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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