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헌금' 사태와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비박(非朴·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이 3일 향후 모든 경선 일정을 잠정 거부키로 결정,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파국을 맞는 모양새다. 자신들의 요구가 지도부에 의해 묵살되자, '경선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 이에 따라 새누리당 유력 주자인 박근혜 후보의 대권 가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비박 주자인 김문수·임태희·김태호 후보는 이날 저녁 긴급회동 후 오후 9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요구한 사항이 수용되고 공천헌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선 일정 참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1시로 예정됐던 한국방송(KBS) 새누리당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역시 전면 취소된 상태다.
이들은 "당 지도부는 오늘 오후 4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의 사퇴 문제 등은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우리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사태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무시한 당 지도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지도부가 당을 사랑하는 우리의 충정을 일언지하에 무시한 상황에서 이후 경선 일정의 진행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비박계 주자인 안상수 후보는 "3인과 경선 일정 거부를 합의한 적이 없다"면서 "오늘 예정된 KBS 토론회에 참석할 것이며, 향후 정해진 경선 일정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완주할 뜻을 밝혔다.
앞서 이들과 안상수 후보 등 4인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1 총선 공천 헌금 사건과 관련, 황우여 대표의 사퇴와 당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지역구 '컷 오프'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한 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에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고 모든 경선 후보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을 뿐, 황 대표의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박근혜 측 "비이성적 행동…즉각 복귀하라"
대선 주자 5인 중 3인의 '경선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제3차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새누리당 경선 주자들은 전체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상태로, 오는 20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었다. 특히 현행 당헌에서 대선 120일 전, 즉 오는 21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들의 경선 불참이 장기화될 경우 사실상 '반쪽 경선'이 될 수밖에 없다. 경선 시작 전 이른바 '룰의 전쟁'이 있을 때부터 제기됐던 '박근혜 추대대회'란 비판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 캠프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들의 경선 일정 거부를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이성을 되찾고 즉각 경선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세 후보가 토론회 시작 약 2시간 전에 갑자기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며 "토론회를 지켜보려던 국민과 당원, 해당 방송사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경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세 후보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음에도 세 후보는 스스로 합의했던 경선 일정을 거부했다"면서 "경선을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세 후보에게 어떤 저의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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