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 18일, 권 차기 총장 논문 중 3편에 표절 의혹이 있다며 이에 관한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교협에 따르면 권 차기 총장이 과거 1997년 생명과학회지에 발표한 'Viola속 식물의 원형질체 및 융합세포의 전자현미경 관찰' 논문에 실린 사진이 1992년 식물조직배양학회지에 실린 '야생 Viola와 Pansy 원형질체의 전기융합과 융합세포 미세구조' 논문 사진과 똑같다.
교협은 사진이 이전 논문에 실린 사진과 다르게 보이도록 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문제가 되는 사진은 융합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미세구조로 이 사진을 90도로 회전해 자신의 논문에 올렸다는 것.
논란이 되는 두 논문을 보면 같은 사진이 하나는 그대로, 다른 하나는 90도로 회전된 채 게재돼 있다. 하지만 사진 설명에는 이전 실험 사진을 인용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러면서도 사진에 있는 'N'자는 바로 잡았다. 교협은 N이 바로잡힌 것이 조작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교협은 "황우석 사태에서 보다시피 이공계 쪽에선 논문 데이터조작은 심각한 문제로 본다"면서 "이 같은 사진 회전은 악의적인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권 내정자는 데이터조작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야생 Viola와 Pansy 원형질체의 전기융합과 융합세포 미세구조(1992)' p.131에 게재된 사진. 위쪽에 N자가 있다. 이 사진을 90도로 회전시키면 아래 사진과 겹쳐진다. ⓒ프레시안 |
▲ Viola속 식물의 원형질체 및 융합세포의 전자현미경 관찰(1997)' 중 p.287에 게재된 사진. 왼쪽에 N자가 있다. 90도로 회전했는데도 N자는 위 사진과 똑같다. 교협은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프레시안 |
"표절이 아니라 논문을 그냥 가져다 쓴 수준"
논문 내용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교협은 2007년 원예과학기술지에 실린 '화경이 단단한 핑크색 절화용 다수성 거베라 신품종 핑크라이트 육성' 논문 서론부분이 기존 논문을 거의 베낀 수준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원문은 2005년에 같은 학술지에 게재된 '복색 소륜 절화용 다수성 거베라 신품종 캔디 육성' 논문이다.
결론만 바꾼 채 중복 게재한 논문도 있다. 2008년에 원예과학기술지에 발표된 '화경이 강건한 적색 소륜 절화용 다수성 거베라 신품종 쿠키 육성'과 같은 해 화훼연구에 실린 '오렌지색 중·소륜 절화용 다수성 거베라 신품종 스위티 육성'은 결론만 다르지 사실상 거의 유사하다.
학술단체협의회 소속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단어 6개가 동일하게 일치하면 표절로 인정하지만, 권 차기 총장 논문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 거의 짜깁기 수준 논문"이라며 "내용이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논문을 그냥 가져다 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동아대 측은 사진 조작 의혹을 두고 참고문헌은 명시했으나 사진설명에 미처 출처를 달지 않은 점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또한, 논문 표절 관련해서는 새 품종 연구와 관련된 내용이라 육종 목표, 개량방법 등이 같아 내용 역시 비슷하다며 표절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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