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키로 17일 합의했다. 집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 우려에도 '부동산경기 활성화' 명분을 들며 그간 찬반이 대립했던 사안에 또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폐지 입장을 밝혔었다.
당정은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1차 고위 당정협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 등 부동산거래 정상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야당을 설득키로 했다"고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이 전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는 정부의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국토해양부가 추진했던 사안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새누리당 당론"이라며 "야당을 설득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취득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관련해선 논의는 진행했으나 합의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 초청 토론회에서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는 것 같다"며 "민간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본다"고 폐지 입장을 밝혔었다. 반면 야당 몇 시민단체들은 투기 과열 등을 이유로 이에 반발하고 있어, 당정의 이날 합의로 여야는 또 한 번 격하게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0~2세 보육비 지원 그대로 추진키로…인천공항, KTX 민영화는 '보류'
이밖에도 당정은 논란이 됐던 0~2세 보육비 지원은 계속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조속한 협의를 거쳐 올해분 지원에 대해 7월 말까지 해결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0세부터 5세의 양육수당에 대해선 "당과 중앙정부, 지자체가 조속한 시일 내 협의해 당의 공약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영화' 논란을 일으켰던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KTX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선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국민 여론을 계속 수렴하는 등 계속 논의해나가기로 했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이날 황우여 대표가 회의 초반 "현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일과 대선 후 후임 정부가 해야할 일을 구별하는게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 역시 새누리당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한 두 사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민영화 프레임으로 몰아 버렸는데, 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기 힘들다"면서 "국가적으로 필요하니까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 "박근혜 한 마디에…분양가 상한제도 폐지?"
이날 당정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결정을 두고 박 전 위원장의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는 당 지도부의 '충성 경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새누리당 사당화의 종결판을 보았다"며 "그 첫째가 박근혜 한 마디에 당 정책이 결정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어제 박근혜 의원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하겠다고 한마디 하자 오늘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박근혜의 토론회에서의 한 마디가 당과 정부 정책으로 확정되는 전광석화의 사당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새누리당에선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최고위원단과 나성린·여상규·김희정 정책위부의장 등이, 정부에선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권도엽 국토해양부·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선 김대기 경제·노연홍 고용복지 수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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