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6일 사퇴를 번복하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연설 도중 야당 의원들의 야유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국회의원 특권 포기 6대 과제'를 강조하며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어야 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6대 쇄신안'엔 지난 4.11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고, 이에 이 원내대표가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당내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사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 원내대표의 약속은 곧바로 뒤집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내대표가 사퇴 번복 반나절도 안 돼 다시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언급하며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자"고 주장하자, 일제히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본인이 한 약속은 안 지키나"라고 외치며 야유를 보냈고, 수차례 웅성거림이 계속되자 이 원내대표는 연설을 끊고 "정청래 의원 좀 조용히 해주세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며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강창희 의장을 향해 "의장님, 의장님은 지금 뭘하고 계세요?"라고 쏘아붙였고, 이에 강 의장은 "조용히 해달라"며 장내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약속을 지켜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야유에 "예의를 지켜라"고 응수했다.
'초광속 사퇴 번복' 후 교섭단체 대표 연설까지 나선 이 원내대표를 두고 정치권의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본회의 후 논평을 통해 "이한구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 체포동의, 여당 의원 체포 거부라는 '제 식구 감싸기' 식 구태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퇴한 사람"이라며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녕 입이 열한 개라도 되는 건지, 국민들은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대변인은 "박근혜 의원의 '복도 멘트' 한 마디가 국민과의 약속보다 중시되는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리모컨 정당', '종박 사당(私黨)'에 다름 아니다"라며 "마치 '장기판의 졸'처럼 박근혜 의원 입만 쳐다보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연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제가 뱉은 말을 그대로 지킬 수 없는 것을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사퇴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당의 명령을 계속 거부할 수 없었고 대선이란 중요한 과정이 있기에 당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전 위원장의 '복도 발언'이 있었던 지난 13일에도 "사퇴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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