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마음"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부결 사태의 후폭풍으로 자신의 대선가도에도 비상등이 켜지자, 사과 표명과 동시에 직접 정두언 의원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정두언 의원이 직접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정 의원을 압박했다.
그는 "(정 의원은) 평소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라며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안됐다를 넘어 평소의 신념답게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 분이 평소 강조해온 쇄신 정책에 맞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으며 정 의원의 '결자해지'를 압박한 것이다.
▲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박 전 위원장의 이런 '정면돌파'는 체포동의안 부결 역풍으로 '신뢰정치'를 강조해온 박 전 위원장의 대선가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대구를 방문해 교육 분야 대선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저녁 돌연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당초 불체포특권 포기는 박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4.11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놓은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한구 원내대표의 수 차례에 걸친 '압박'에도 소속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집단적으로 부결시키면서, 원내대표단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 박 전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 역시 '제 식구 감싸기'의 구태 정치로 전락하게 됐다.
박 전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많은 국민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민생국가가 되겠다고 약속드렸다"며 "그러나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체포동의안은 당연히 통과됐어야 하는데 반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부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선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했는데, 저도 공감한다"면서도 "어렵게 열어놓은 국회의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국민께 약속드린 것이 굉장히 많다.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키는 등 잘 마무리하고 해결하는 것도 또 하나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7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사퇴를 보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선가도 흔들릴라…새누리, 전방위 사태 수습
한편,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원내지도부 총사퇴로 새누리당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등 전방위 수습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7시30분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한 데 이어,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사태 수습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사퇴를 선언한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두언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 의원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평소 당내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당의 최대주주 박 전 위원장까지 정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의 이런 이례적인 '강성 발언'이 오히려 사당화 논란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11 총선 당시부터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의총을 앞둔 이런 발언이 당 지도부에 일종의 '지침'을 내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대선가도를 위해 동료 의원의 결자해지를 직접 거명하고 압박한 것은 이런 비판을 더욱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정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즉시 검찰이 영장을 다시 청구하면 바로 법원에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 의원은 이날도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금까지 줄곧 언제라도 검찰수사에 협조하고 당당하게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신상발언을 통해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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