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티셔츠에 푸른 목수건, 운동화를 신은 이가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회장에 들어섰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 동안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사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2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섰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2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가처분신청을 사건 심리없이 하루 만에 인용한 이가 당시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였던 김신 대법관 후보자다. 당시 김 후보자는 사측이 법원에 간접강제 신청을 내자 김 지도위원에게 하루 100만 원씩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 지도위원이 사측에 내야할 이행강제금은 총 2억9800만 원이었다.
이를 두고 김 지도위원은 농성 당시 "오늘부터 나는 100만 원 짜리 인간이 되었습니다. 징역 살 땐 하루에 4만5220원씩 밖에 안쳐주더니, 제 가치를 이제야 인정받는 거 같습니다. (…) 이 크레인으로 하루 100만 원을 벌어서 이 크레인을 운전했던 하청노동자에겐 얼마의 월급을 줬습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길바닥에서 죽어갈 동안, 법은 뭘 했고 누구 편을 들었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친재벌 판결'을 강하게 질타했다. 사측의 가처분신청을 심리없이 하루 만에 인용한 점, 하루 100만 원이라는 이행강제금에 비판이 쏠렸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김 지도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빨리 내려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행강제금은 빨리 퇴거를 시키기 위해 심리적 압박을 가히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피신청인의 형편보다 많은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 관례"라고 해명했다. 또 자신이 부과한 이행강제금이 애초 사측이 신청한 500만 원보다 적은 액수였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에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500만 원을 100만 원으로 깎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법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제가 크레인에 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2003년 그 크레인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정을 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2003년 김주익과 같은 부서에서 용접했고, 같이 징역을 살았다. 그런 사람을 그 크레인에서 잃었다. 그 사람이 올랐던 계단을 오르고, 그 사람이 목을 맨 난간을 지나, 그 사람의 시신이 뉘인 공간에서 309일을 살았다. 그런 사람이 하루 100만 원의 벌금에 압박을 받아 크레인을 내려가겠나"라며 "오죽하면 거기에 올라갔는지, 한 번이라도 조사를 했거나 와봤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 노동자들의 천막이 있다. 대한문 앞에는 22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천막이 있고, 그 맞은편엔 6년 째 길바닥에서 농성하는 재능교육 해고자들이 있다"며 "노동자들이 이렇게 절망에 빠질 동안 이나라 법은 도대체 뭘 했고, 누구 편을 들었나. 법만 제대로 지켰다면 길바닥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고 김 후보자를 질타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