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룰을 놓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과 갈등을 벌여온 비박(非朴)계 주자들이 잇따라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불출마 배수진'까지 친 경선 룰 변경 요구에도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한 탓이다. 이른바 '비박 3인방' 중 김문수 경기도지사만이 출마 여부를 최종 고심 중인데, 가까스로 경선에 참여한다 해도 다가올 8월20일 경선이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독무대'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비박계 주자 중 한 명인 이재오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무겁고 비통한 심정으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떤 것을 문제 삼아 누구를 탓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은 현재 모습이 과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차기 정권을 감당할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경선 룰 변경 요구가 친박계의 '벽' 앞에 무산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의원은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되면 도와줄 것인가"라는 질문엔 "그때 가서 보겠다"고만 답했다.
이 의원과 함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해온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친박계 일색'인 당의 민주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4반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정당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민에게 정직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새누리당을 만들기 위해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의 최대 축제인 대선후보 경선에 함께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슬픔인 동시에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 친박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를 겨냥해서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새누리당을 보면서 정당 민주화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일인자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당의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야말로 새누리당이 처한 역설적이고 통탄할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며 "저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지만 경선이 형식에 흐르지 않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솔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비박 3인방' 중 나머지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경선 참여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고심 중이다. 때문에 후보 등록 날짜가 임박하면서 김 지사가 다시 '불출마'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경선엔 10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함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나선 상황이고, 김태호 의원은 11일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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