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규칙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황우여 대표가 비박(非朴) 진영의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만나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회동이 형식적인 '비박계 달래기'에 그쳤을 뿐인데, 황 대표는 비박 진영의 반발에도 당 최고위원회 산하에 경선 룰 논의기구를 출범시킨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양측의 정면충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16일 이재오 의원을 만난 데 이어 17일엔 김문수 경기지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을 만났다. 앞서 지난 15일 비박 주자 3인의 대리인을 만난 이후 직접 대선주자들은 만나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정몽준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입장 변화가 없어) 따로 만날 필요가 없다"며 회동 제의를 거부했다.
가까스로 성사된 회동이지만, 논의는 겉돌았다. 황 대표는 주자들에게 "일단 당의 경선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부터 먼저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후보들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경선 룰 개정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했다.
김 지사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한 선거법 개정"과 "경선 룰 협의 기구를 최고위원회가 아닌 당 대표 직속에 두자"고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존중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재오 의원 역시 경선 룰 논의를 위한 별도 기구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회동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황 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선 룰에 대한 주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경선 룰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경선 룰을 고치자는 분들도 의견이 다 다르고, 새로운 당헌·당규로 고쳐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은 당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들어주기 어렵다"며 "경선 규칙 논의 기구를 최고위 산하에 두는 쪽으로 해서 내일(18일)은 (출범)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박 주자들이 요구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선 "(대선 후보 경선을) 흥행 위주에서 국민 행복 위주의 정책 대결로 전환하겠다"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친박계도 공세적으로 나왔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솔직히 지금의 대선 구도는 '박근혜 대 새누리당 마이너 후보들의 싸움'이 아니라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결'인데 안철수가 빠진 오픈프라이머리는 웃기는 일"이라면서 "마이너리그 후보들이 현실성 없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