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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빌려 가게 냈는데, 건물주 바뀌었다고 나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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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빌려 가게 냈는데, 건물주 바뀌었다고 나가라니…"

[기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대성빌딩 세입자의 눈물

뒤집어놓고 생각해보라. 아니면 뒤집어놓고 살아보라. 그렇게 해도 되던 일이 그렇게 하면 결코 안 되는 일로 확 바뀐다. 하면 '그렇게 해도 되던 일'은 애초 엄청 잘못됐다는 얘기다. 종로구 내수동 1번지 세종문화회관 뒤편에는 대성빌딩이 있다. 이 건물 1층에는 할리스 커피점, 붕붕 샌드위치가 있다. 문을 연 지는 2년1개월, 1년10개월이 되었다.

이 건물 2층에는 홍성원이라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문을 연 지는 불과 9개월밖에 안 됐다. 이 건물 6층에는 당구장이 있다. 문을 연 지는 3년이 되었다. 그 밖에도 하코야 일본식 주점이 있고,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평가옥이라는 한식점이 있고, 다양한 삶의 터전들이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는 대부분 5년 미만들이다.

지난 3월 1일은 이 대성빌딩에서 삶을 꾸려온 상가세입자들에겐 날벼락이 떨어진 날이다. 대성빌딩 건물주가 바뀐 날로, 그때부터 상가세입자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원 건물주인 세광월드쉬핑(대표 노광규)이 부도를 내자, 주 채권단인 농협은 공매를 통해 대성빌딩을 양지학원 계열사인 (주)양지개발로 넘겼다.

그 과정에서 농협은 기존의 계약관계를 승계하도록 하겠다며 상가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 아니면 적어도 기존의 임대료에 비해 관례적 범위인 20~30% 인상된 선에서 재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아직 계약기간이 한참이나 남았지만 그건 의미가 없는 거라고 했다. 강약이 부동인데 어쩌겠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상가세입자들은 그 정도 선이라면 감내하겠다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 대성빌딩. ⓒ유채림

월임대료를 두 배 이상 올린 새 건물주

하지만 새 건물주인 주)양지개발은 삶을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었다. 오직 돈을 이야기하는 곳이었다. 물론 돈도 돈 나름이긴 하다. (주)양지개발은 세입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일단 공포분위기부터 조성했다. (주)양지개발은 대성빌딩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했다. 영업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계속 영업을 하고자 한다면 부득이 임대료 상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임대료 상승은 다음과 같다.

1, 2층 복층 임대를 하고 있는 중국음식점 홍성원 월임대료 1000만 원 → 2700만 원
한식집 평가옥 월임대료 1500만 원 → 3500만 원
할리스 커피점 월임대료 430만 원 → 830만 원
일본식 주점 하코야 월임대료 350만 원 → 900만 원
6층 프로 변경환당구클럽 월임대료 800만 원 → 1300만 원

6층 당구장을 제외한 1, 2층 상가의 경우 월임대료는 두 배 이상 뛰었다.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건물이 천지개벽할 정도로 좋아지거나 급작스레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순전히 상가세입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명분 쌓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로 (주)양지개발은 거침없이 파렴치한 속내를 드러냈다. 상가세입자들이 임대료를 납부하려고 해도 납부할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가세입자들의 임대료 납부를 지연시킴으로써 향후 있을지 모를 법정싸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비열한 수작임이 뻔하다.

역지사지! 제발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이런 상황에서 (주)양지개발이라면 알몸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주)양지개발은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의 단서조항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을 할 경우,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상가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는 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대출 받은 세입자는 어디로?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철면피한이다. 이미 상가세입자들은 갖고 있던 모든 재산만으로 부족해 대부분 수천만 원에 이르는 대출까지 받아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 그런 세입자들에게 월임대료를 100~150% 인상하는 것은 말라죽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주)양지개발은 기존 임대료 수임조차 거부하고 있으니 상가세입자들을 알몸으로 쫓아내겠다는 속내조차 여지없이 드러내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사람집단이 할 짓이 아니다. 제발 이러지 말라. 애면글면 살아가는 상가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치를 게 아니라면, 또는 탐욕의 정점이 어디에 이르는가를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주)양지개발은 이성을 앞세워 치 떨리는 탐욕을 버려야 한다.

"1층에 할리스 커피점이 오픈한 건 2010년 5월 1일이었어요. 안쪽에 위치했지만 탁 트인 로비 때문에 영업에 지장은 없겠다싶었어요. 근데 원 건물주인 노광규 사장이 1층 로비 반을 알루미늄 세시로 막는 공사를 하는 거예요. 커피점을 오픈한 지는 불과 3개월밖에 안 됐는데요. 그렇게 되면 커피점이 안 보이게 되잖아요. 노광규 사장한테 따졌지요. 월세 370만 원으로 계약할 땐 로비도 고려했던 건데, 왜 로비의 반을 막느냐고요. 그랬더니 계약조건에 안 맞으면 나가면 될 거 아니냐고 답하데요.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냥 앞이 캄캄하기만 했죠. 하지만 이러다 알루미늄 세시로 막은 데에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라도 들어온다면?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앞이 번쩍하는 거예요. 노광규 사장한테 로비를 우리가 얻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루미늄 세시로 막느라 돈 들였다며, 바닥 권리금으로 8000만 원을 요구하는 거예요. 건물주가 권리금을 챙기겠다는 거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8000만 원을 빚내서 건네고 로비를 임대했죠. 수도, 전기, 하수구, 알루미늄 세시에 들어갈 강화유리, 아무튼 모든 시설을 제가 하고 그 자리에 붕붕 샌드위치를 연 거예요. 근데 금년 3월에 건물주 바뀌었으니, 나가라, 아니면 월세를 두 배 넘게 내라, 이러니 도대체 길이 없지요. 만약 이대로 할리스 커피점과 붕붕 샌드위치를 접는다면 우린 죽는 길 외에는 없어요."

이제라도 조대현(39)씨의 말에 (주)양지개발은 사람값을 해야 한다. 같이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절벽 아래로 상가세입자들을 굴려버린다면 그 원한을 무슨 수로 감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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