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블로그에 "저를 버리라"고 썼던 2009년 4월22일 남긴 말이다. 자신을 '봉화산'이라고 표현했던 그는 한 달여 뒤 봉화산 부엉위 바위 위에서 몸을 던졌다.
노무현재단이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를 맞아 그의 마지막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서거 나흘 전인 지난 2009년 5월19일 마지막 연구회의와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는 글을 썼던 4월22일 회의 때의 육성이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까지 봉하에서 참모진과 '진보주의 연구모임'을 꾸려 왔다.
ⓒ프레시안(손문상) |
서거 나흘 전 마지막 회의는 사실상 모임을 해산하는 자리였다. 녹음 파일 속 노 전 대통령은 "연구가 잘 돼야 자네들하고 만나면서 그나마 이 작은 끈이라도 이어가지. 안 그러면 이 적막강산에 쓸쓸해서 무슨 낙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시민의 역할은 더 좋은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고, 덜 나쁜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에 대한 도덕성이나 신뢰나 다 있지만 그가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걱정한 것은 참모들의 '남은 삶'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참모들을 향해 "자네는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있는가?"라면서 "제일 절박한 것이 밥그릇이 없어지는 것이거든"이라고 낮게 말했다.
이 녹음 파일의 마지막은 "담배 하나 주게…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들 해나갑시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블로그에 "나를 버리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던 4월22일 녹음된 파일엔 검찰 수사에 대한 고통스러운 심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신을 '봉화산'이라고 표현한 그는 "(봉하마을로 내려오면서)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 정치마당에서 이제 해방되는구나 하고 좋았는데…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은 여기서 떠나오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은 큰 산맥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된 산"이라며 고립된 심경을 담담하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팟캐스트는 21일 오전부터 '아이튠즈'에서 키워드 '노무현'으로 검색하거나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클릭하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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