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 사령탑들이 10일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19대 국회의 여야 공방전을 예고했다.
9일 당선된 이한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예방, 사실상 첫 개원 협상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당선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을 언급하며 개원 직후 국회 윤리위원회 개최를 촉구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유권자들이 국회가 싸움판이 아닌 일터로 인식해야 한다"고 응수하는 등 처음부터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언론에 공개된 상견례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선관위가 주관하는 유권자의 날 행사에 갔었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 조금 있으니 이인제 자유선진당 비대위원장이 왔다"며 "대한민국 정당이 전부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우리는 거의 끝나가는 것 같고 민주당은 다음 달에 끝나죠"라고 응수하자,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야 아주 '심플'한 당이고, 딱 생각이 움직이지만 우리는 복잡하다"며 '박근혜 사당화'를 에둘러 꼬집은 뒤 "진짜로 이-박 연대(이한구-박지원 연대)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해 "우리가 국회를 개원해서 윤리위원회를 늦춘다면, 예전 같으면 한번 상정하고 4년을 끌었지만 지금은 용납되겠느냐"며 윤리위원회 개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대뜸 박 원내대표의 고향 목포를 언급하며 "(박지원 원내대표가) 목포 출신인데 홍어가 유명하지 않나. 숙성시키는데는 귀신인데 정치도 숙성시켜 달라"고 말했다. 또 "유권자들이 싸움판이 아닌 일터로 국회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우리에게 많이 양보하셔야죠"라며 "늘 약자가 양보하는 세상이다. 약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닌가"라며 새누리당이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을 언급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의석이) 많이 있다고 강자가 아니다"라며 박 원내대표를 겨냥 "정치 9단하고 백면서생하고 어떻게 비교하시나. 잘 부탁한다"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제 민주통합당도 85석의 민주당이 아니고, 새누리당도 이제 180석의 새누리당이 아니다. 야권 140대 새누리당 150석의 싸움"이라며 "국회 선진화법이 없더라도 이제 누구도 독식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저도 특정 계파의 표로 원내대표가 됐다면 어떤 요구를 받겠지만, 독자적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며 이한구 원내대표를 겨냥 "명실상부한 (새누리당) 최대 세력의 대표가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이에 이 원내대표는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고 답했다.
이한구 "방송사 파업은 불법, 정치 파업"
한편,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방송사 파업은 불법·정치파업"이라고 언급하는 등 새누리당의 원내 전략이 다시 '우향우'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많은 언론사들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라며 "정치 파업의 성격도 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에 동조를 못한다. (박근혜 위원장 같은) 특정인이 다 풀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옛날 방식이냐"고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공개 상견례 이후 이뤄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송사 파업 해결 제안에 "MBC 문제는 약간 시각 차이가 있다.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재벌 해체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고 못 박으며 "한 때 우리 정치권에서 두 가지 때리기가 유행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리기와 재벌 때리기, 이 두가지만 하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대책없이 때리기만 하면 국민들한테 이득이 돌아가느냐"고 반문하는 등 그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해온 경제 민주화의 방향 전환 역시 예고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는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해온 친박계 핵심으로, 전날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쇄신파의 남경필 후보를 6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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