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사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향후 20년 간 2000억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21일 공개한 정부의 용역 보고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20년 더 연장할 경우 우리나라에 이같은 경제적 손실이 초래되고 미국 측에는 1500억 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 용역 보고서는 한국저작권법학회가 문화관광부의 의뢰에 따라 최근에 조사, 연구한 결과를 담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측의 요구대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더 늘어나면 향후 20년 동안 우리나라가 얻을 이익은 67억8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은 2044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중 절반 이상인 1491억원이 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으로 유출되는 돈의 대부분 미키마우스 등 캐릭터물에 대한 로열티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무역수지 효과의 측면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은 출판, 음반, 캐릭터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들의 적자폭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호기간의 연장이 국내 저작권자들에게 창작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효과는 극히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초래하는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기간과 관련된 대외협상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적어도 20년 후에나 검토해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보고서를 공개한 천영세 의원은 한미 FTA 협상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미국 측의 요구대로 연장될 경우 실제로는 이 보고서가 분석한 내용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우리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실제 경제적 손실은 용역보고서가 추정한 2000억 원 수준을 훨씬 넘을 것"이라며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국내 출판업계의 피해를 이번 보고서는 620억 원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최소 8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설정한 나라는 유럽과 미국,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 호주, 이스라엘 등이다. 천영세 의원은 "미국은 모든 FTA 협상에서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하는 자국 안을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향후 협상에서 진행될 분야별 빅딜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문화산업이 미국에 도맷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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