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엉터리 통계로 '폭력학교' 낙인 찍기

인터넷 통해 초·중·고교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논란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와 학교 실명 등이 명시돼 자칫 일부 학교를 폭력학교로 낙인찍고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18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39만 명 중 139만 명으로부터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교과부는 20일부터 교과부 누리집에, 27일부터는 전국 1만1363개 학교별 누리집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공개 항목으로는 △피해 경험 학생 수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와 비율 △집단 따돌림과 성폭력 등 피해 유형별 응답 비율 △피해 장소별 응답 비율 등이다. 교과부는 경찰청과 공조해 5월부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일진 경보제 운영대상' 학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경쟁교육 체계, 집안 환경, 사회적 배경 등의 이유는 무시한 채 학교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보수성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학교별 폭력 수치가 모두 공개되면 낙인효과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조사 대상 학생들보다 더 많은 수의 응답지가 회수되는 등 통계적 오류까지 발견됐다. 게다가 이번 공개로 인해 앞으로 1년에 두 차례 실시될 실태조사의 신뢰도 역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애초 전체 공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학교폭력 경험을 이번 조사에서 솔직하게 밝혔던 학생들이 앞으로는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