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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명 연장하면 전기요금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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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원전 수명 연장하면 전기요금 올라간다"

[토론회] "이미 끝난 '원전의 경제성' 논란, 한국에서만 '핫이슈'"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력 발전이 안전성의 문제 외에도 얼마나 많은 숨겨진 비용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줬고, 고리1호기 전력 중단 사고 역시 노후 원전을 유지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원자력은 저렴한 에너지'라는 주장은 한국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원전을 없애야 경제가 산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원자력 발전은 중대 사고가 나지 않아도 비싼 기술'이며 '국제적으로는 원전의 비경제성은 이미 논란이 끝난 문제'라고 지적하며 많은 국가들이 안전성 문제 뿐 아니라 경제성의 문제 때문에도 원전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은 국가 보조금 없이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

정연미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은 "독일에서 원전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의 비경제성"이라며 "197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온 독일에서는 이미 끝난 논쟁으로, 요새는 오히려 탈핵 비용 논의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에너지 회사인 EWE와 E.ON은 최근 급증하는 원전 비용으로 인해 영국 원전 건설을 포기했고, 지난해 9월 독일 지멘스의 최고 경영자인 피터 페셔는 "지멘스는 더이상 원전 건설 관리와 자금 조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국가 보조금 없이는 원자력이 시장에서 버틸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정 연구원은 "독일도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초창기인 1950~1969년 기간에는 무려 101.6Ct/kWh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에게는 국가의 막대한 지원 없이는 원자력에 경제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유정민 안앙대학교 연구교수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미국에서는 단 한건의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단지 원전의 위험성 때문만이 아니라 1957년 최초의 민간 원전이 시작된 이후 경제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따졌을 때 건설비가 높은 원전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가 큰 데 비해 위험 기간은 긴 원전의 특성이 투자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정민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원전에서 건설비는 전체 투자금의 82.3%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40~50년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건설에서 폐쇄에 이르는 위험 기간은 60~100년에 이르기 때문에 원전은 기업들이 선뜻 투자할 수 없는 기술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2월 34년만의 첫 신규원전 건설 허가를 내준 조지아주 보그틀 원전의 경우 정부 보조금과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정민 교수는 "보그틀 원전을 짓는데 총 비용이 140억 달러로 추산됐는데 이중 80억 달러를 정부가 저리 융자로 지원한다"면서 "현재 보그틀을 포함한 미국의 대부분의 신규 원전 신청지는 전력회사가 전기요금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전력회사는 원전 건설로 인한 재정위험을 안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그 위험은 소비자가 지는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원전을 짓는 것은 대부분 정부보조금이나 높은 전력요금 때문이지 원전이 경제성이 있어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안전을 위한 규제비용 깎아주고 '원전은 저렴하다' 홍보"

문제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제성 문제가 표면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의 경제성은 해당 업체가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한국에서는 발전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공기업 시스템이라 경제성을 계산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원자력 비용 계산을 왜곡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규제 비용이다. 이헌석 대표는 "원자력 발전에서 중요한 비용 중 하나는 건설, 운영, 폐로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규제비용"이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원개발촉진법에 의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기 때문에 인허가 절차 등이 짧고 비용을 절감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에 드는 비용 가운데 건설 비용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라늄이 싸기 때문에 원자력은 저렴한 에너지'라는 레토릭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다. 이헌석 대표는 "원자력 발전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발전에 비해 너무나 낮고, 대신 건설비용과 폐기물 비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며 "전형적인 데이터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라늄이 싸서 원자력 발전은 싸다'는 식의 연료별 비교 논법에 따르면 한수원은 적자를 보면 안된다"면서 "그러나 2009년 기준 한수원은 3조 30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발전소의 경우 모두 외채를 끌어와서 외자로 짓고 있다. 이렇게 국민적으로 부채를 끌어안아가며 원자력 발전소를 빠르게 지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 ⓒ프레시안(채은하)
"원전 비용의 80%는 건설 비용, 시간이 갈수록 증가 중"


게다가 원자력 발전은 건설 비용이 기술 발전에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특성이 있다. 대부분의 기술은 도입 이후 점차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원전은 이에 예외가 되는 기술이라는 것. 시간이 갈수록 안전 장치가 계속 늘어나고,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위험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연미 연구원은 "2009년 캠브리지 에너지연구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 원전 건설비용은 매년 15% 상승했다"면서 "원자력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전의 경제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의 올릴루우토 원전의 경우 애초 계획보다 건설에 2년이 더 소요되고 있고. 최초에는 건설 비용을 건설 비용을 30억 유로로 상정했으나 현재 54억 유로로 증가했다. 프랑스의 플라망빌에 건설중인 원자로는 풍력 발전보다 비싼 6~9Ct/kWh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추세가 드러난다. MIT 연구팀은 2003년에는 금융 비용을 제외한 원전 건설 비용을 2000달러/kW로 예상했는데, 2009년에는 2배로 늘어난 4000달러/kW로 추정했다. 또 유정민 교수는 "게다가 무디스는 2008년 금융 비용을 포함한 건설 비용을 7000달러/kW로 예상하면서 원전 발전을 추진 중인 전력회사의 신용 등급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원전의 재정적 위험을 잘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르네상스는 없다…2030년 원전 비중은 7.1%로 떨어질 것"

문제는 이렇게 책정되는 비용에 원전이 만들어내는 모든 외부비용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연미 연구원은 "현재 원전의 외부비용 계산은 가정에 따라 달라져서 작게는 0.1Ct/kWh에서 270Ct/kWh까지 추정치가 2700배 차이가 난다"면서 "독일은 원전 대형사고의 경우 약 3조에서 5조유로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만이 에너지세,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 제도를 통해 내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용을 계산해보면 원자력은 '가장 비싼 에너지'로 나타나며, 향후 전세계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영향은 급속하게 감소하리라는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2009년 MIT 연구는 kWh 당 전력 생산 비용이 원자력 8.4센트, 가스 6.5센트, 석탄 6.2센트로 계산했다"며 "2009년 독일에서는 세계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14.8%에서 2020년 9.1%, 2030년 7.1%까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정연미 연구원은 "독일의 원자력 경제성에 대한 여러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가능한 빨리 탈핵하는 것이 경제에 더 적은 비용을 초래하는 길임을 알 수 있다"며 "원전 수명 연장 시 전력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많다"고 소개했다.

정 연구원은 "독일연방산업협회는 원전 수명 연장시 가계용 전력가격이 2010년 23.4Ct/kWh에서 2020년 26.7Ct/kWh로 14%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고, 녹색당은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17개 독일 원전의 수명을 60년까지 연장한다면 2000억 유로의 추가 이윤이 원전 업체들에게 발생하는 반면, 소비자들에게는 3인 가족 가계당 매달 2.63유로의 전기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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