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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대목', 물 만난 토건족들 건설 공약 물밑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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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대목', 물 만난 토건족들 건설 공약 물밑 거래

[토론회] '토건국가 진단과 탈토건 사회로의 모색'

올해 총선과 대선의 키워드를 하나로 압축한다면 '탈토건'이 아닐까. 4대강 사업과 각종 개발 사업에서 보이듯 이명박 정부는 대표적인 '토건 정부'로 임기 내내 환경파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보편적 복지 역시 실제 시행되기 위해서는 낭비적 토건 예산의 축소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합한 건설 투자비 중 10%를 절감한다면 약 4조원의 예산을, 20%를 절감할 경우 약 7조원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선거 기간은 여야를 불문하고 각종 토건 사업 계획이 가장 많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표리부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녹색연합은 15일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토건국가 진단과 탈토건 사회로의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건사업으로 경기부양? 일본, 빚만 GDP 두 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 그랬듯, 토건 사업의 명분은 대부분 '경기부양'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카와세 미츠요시 교토부립대학교 교수는 한국과 함께 전형적인 '토건국가'인 일본의 사례를 들어 과도한 토건 정책이 어마어마한 부채만 남겼음을 지적했다.

카와세 미츠요시 교수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20년 간 댐의 수는 314개에서 538개로 72% 늘어나고, 도로 길이는 4862km에서 9855km로 103% 늘어나는 등 사회 자본 정비가 활발하게 벌어졌음에도 GDP는 14%,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2.2%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이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의 2배 정도"라며 "만약 정부 예산이 경기 회복의 유효한 시책에 투입됐다면 경기가 좋아져 세수가 증가해 이러한 재정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도 대량의 채권을 발행해 공공사업을 진행한 결과 본래 농림수산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지역이 건설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도 대규모 토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09년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카와세 미츠요시 교수는 "동경 인근의 군마현에서 과도한 물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얀바댐 건설을 추진해왔는데, 민주당은 '건설 중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현재 중지는 커녕 내년에 다시 공사를 재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건 사업이 중지되느냐, 계속 존속하느냐의 여부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여론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시에 있는 아와세 갯벌 매립 사업의 경우는 오키나와현 전체의 반대 여론에도 '청년들이 일할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인근 주민들의 찬성 주장이 큰 영향을 미쳐 사업이 재개된 반면, 시마네현의 나카우미 간척 사업은 이 지역 어부들이 '환경을 살려야 지속가능한 경제가 가능하다'고 적극 반대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반환하고 사업을 중단시켰다.

"건설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3~0.4%에 불과"

일본 만큼 심각하지 않으나 한국 역시 토건 사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현재 한국은 과도하게 건설업 비중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7.0%로 OECD 34개 회원국 평균 6.1%보다 0.9% 포인트 높고, 34개국 중 7번째로 건설업 비중이 높다.

이러한 건설 투자가 불러오는 경기 부양 효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창수 부소장은 "양적으로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가 확보된 상태"라며 "건설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0.3~0.4%의 성장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수 부소장은 "우리는 경제나 인구가 성장하지 않는 시대를 상상하지 않고 국토개발계획과 도시 계획을 잡는다"면서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들이 2020년까지 현재보다 인구가 20%가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아놨다고 한다. 이러한 과다 추정이 지역의 미래상을 왜곡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 예산 뿐 아니라 이후 들어가는 유지관리 비용도 합해서 총량제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현재 서울시의 도로 유지관리 비용이 5000억 원 수준인데 2020년이 되면 1조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건설비보다 유지관리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토건의 비중이 다른데, 가령 도로연장만 보면 자동차 수가 1년에 30%까지 늘어나던 1970~1980년대와 7% 수준인 1990년대 이후의 토건 예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도로 투자 예산을 유지할 경우 2014년에는 기대 수준의 120%까지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토건 사업 불리기. 지자체 비중 높아"

문제는 상당수 토건 예산이 지방정부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창수 부소장은 "토건 사업에의 기여도를 꼽자면 지방정부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공기업, 다음이 중앙정부"라며 "노무현 정부가 '분권'을 내걸고 지방 재정을 3배 정도까지 늘렸는데, 정작 견제 장치가 없어서 각종 토건 사업에 보조금에 원래 예산까지 탕진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방 예산의 32%를 건설 예산으로 쓰는 것이 지자체의 현실"이라며 '지자체의 건설 예산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헌호 연구위원도 "국고보조금 지방비 매칭제도의 경우 국회의원들에 의해 악용되는 측면도 크다"며 "자신의 지역구에 전시행정 업적을 만들려고 불필요한 도로예산 등 토건 예산을 따오면 그에 맞춰 지방비 분담을 하느라고 정작 절실한 복지사업을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선거철을 앞두고 대규모 토목 공약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수 중부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마다 총선 대선 공약을 미리 만들어서 대선 주자나 총선 후보들에게 주고 있다"면서 "모 지자체는 50조 개발 공약을 만들어서 총선 후보들에게. 250조 정도의 공약을 만들어 대선 주자에게 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자체에서 개발 공약을 많이 만들면 표를 계산한 후보자와 정당이 받는 식"이라며 "시민사사회에서 '대규모 국책사업 공약 안거는 국회의원 뽑아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제는 못 사는 지역일수록 대규모 건축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토건 외에 다른 방식의 대안적 발전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 복지의 탈을 쓴 토건 예산 많다"

정부나 지자체의 토건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예산을 성질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이나 복지 등의 명목으로 사용되는 토건 예산도 많기 때문이다.

정창수 부소장은 "문화예술 예산, 장애인 예산 등이 인프라 확충을 구실로 건축물 건설에 집중되어 있다"며 "가령 2009년 도서관 예산을 보면 조직과 건물 유지 관리 비용에 1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 반면 자료 구입비는 1300억 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홍헌호 연구위원도 "복지 지출액 절대액도 작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토건 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면서 "'복지 확대'의 미명 아래 복지관, 체육관, 문화관 등이 지나치게 호화롭게 건립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 낭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질별 예산 분류'를 통해 예산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창수 부소장은 " 지방정부의 경우 예산의 39.7%를 건설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2010년 지자체는 환경보호 명목으로 14조9000억 원을 썼는데, 이중 70%가 하수관거 사업이다. 어떤 항목의 예산이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예산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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