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공천위가 보고한 1차 공천자 명단에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공천위에 재의를 요청했지만, 공천위는 비대위의 '거부'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아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재의를 요구한 공천위의 후보자 심사 결과를 재심사한 결과, 참석 공천위원 만장일치로 재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천위 회의엔 정 위원장을 포함한 총 10명의 공천위원 가운데 외부 영입 위원인 박승오 카이스트 교수를 제외한 9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쇄신'한다던 새누리당, 쇄신이 '왕의 남자' 귀환?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MB정부 실세 용퇴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19대 총선에서 공천장을 거머쥐게 됐다. ⓒ뉴시스 |
이에 따라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현 정부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 의원은 이번에도 자신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서 총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역시 친이계인 전재희(경기 광명을), 차명진(경기 부천소사), 윤진식(충북 충주) 의원 등도 줄줄이 공천장을 얻게 됐다.
앞서 공천위는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단수 후보자 21명에 대한 1차 공천자 명단을 비대위에 보고했으나,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등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MB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해온 두 비대위원은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김종인-이상돈 방패삼은 '박심(朴心)'은 어디에?
당 일각에선 이 같은 결과가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처음부터 이 의원의 공천을 '비토'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친박계 의원들의 전언이다.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공천에서 떨어뜨린다면, 과거 친박계가 대상이 됐던 '공천 학살'에 대한 '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박 위원장에겐 부담거리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는 시도하되, 이 대통령의 탈당이나 '물갈이'로 표현되는 인적 쇄신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자신이 영입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정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용퇴론을 제기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갈 때도, 박 위원장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이들을 '단속'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공천위-비대위 갈등은 '현재진행형'
그러나 공천위의 이 같은 결정으로, 향후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을 필두로 한 비대위와 공천위의 불협화음은 계속될 조짐이다. 당장 친이계를 비롯한 현 정권 '가신'들에 대한 공천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홍원 위원장은 향후 비대위에 공천과 관련한 사전 보고를 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와의 갈등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꼭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첫날이기에 비대위에 보고를 한 것이지,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대위 쪽에선 여전히 공천 발표 전 사전보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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