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근혜에 역공…"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달라"
14일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한미FTA 관련 발언에 대해 일제히 역공을 쏟아부었다. 전날 박 위원장이 "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추진한다고 해 놓고 이제는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민주통합당을 공격한 것에 대해 "한미FTA 날치기부터 사죄하라"며 반격에 나선 것.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헌정 사상 최초로 비공개 본회의에서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할 때 박 위원장은 무엇을 했는가"라며 "날치기를 밀어붙인 배경엔 방관자 박 위원장이 있었다"고 비판했고,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나라를 맡길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 박근혜 위원장은 그런 말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 꼬집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주장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2007년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FTA와 2010년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용섭 정책위의장 역시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는 이명박의 FTA지 노무현의 FTA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 "김진표, 본인 기억력 테스트부터"
그러나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대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미FTA의 당위성을 피력해온 것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 특히 한 대표의 경우 국무총리 재임 중 한미FTA 반대 시위를 금지하고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지원금을 끊겠다고 언급한 것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진표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의 무지를 운운하기 전에 본인의 기억력 테스트부터 제대로 하라"며 김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2007년의 FTA와 2011년의 FTA가 자동차만 빼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김 원내대표도 모를 리가 없다"며 "만약 모른다면 공무이행이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기억상실에 걸렸다고 봐야한다"고 비꼰 것이다.
진보신당 "새누리당과 민주당, FTA두고 '봉숭아학당' 찍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FTA를 두고 '봉숭아학당' 찍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이날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니, 박근혜 위원장은 아직도 자신을 독재시대의 공주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동시에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10대 독소조항들은 이른바 '노무현의 FTA'에서도 이미 동의했던 사항"이라며 "'무지의 소치'는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돌려줄 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폐기'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진보신당의 지적대로, 김진표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해 한미FTA 강행처리 당시에도 민주당 내 대표적인 '협상파'로 꼽혔고,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곤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말 바꾸지 말라"는 새누리당과 "날치기부터 반성하라"는 민주통합당의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총선을 두어 달 앞두고 한미FTA 존폐 문제는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등으로 내부 정리를 끝낸 박근혜 위원장이 한미FTA 문제로 '대야(對野) 투쟁'에 전면 돌입하면서, 양당 대표를 필두로 한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FTA 폐기를 강하게 주장하는 정동영 의원과 'FTA 전도사'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강남을 총선 격돌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여야의 공세는 한층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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