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3개국 및 미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16일 저녁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노 대통령은 귀국 직전 워싱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미국 개신교계 지도자 릭 워렌 목사와 조찬회동을 가진 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미 서부지역 여론주도층 인사들과도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관심을 모았던 6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지만 대체로 한미 양국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해석이 많다.
레코프위츠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심각한 우려 표명"
청와대는 미국 측이 북한 인권 문제나 대북제재에 대한 구체적 발언을 내놓지 않은 점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에 합의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무난했던 회담 과정과 달리 회담 이후 양국의 온도차는 적지 않다.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공식 브리핑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1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레코프위츠 대북인권특사는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예정에 없이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레코프위츠 특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에 많은 열정을 갖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탈북자를 받아들이고, 이 문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다가 청와대 스스로가 "지난(至難)하다"고 밝힌대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구체화 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술 더 뜬 북한 "핵무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북한 내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한미 정상이 대북제재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은행계좌를 동결하고 대북제재 조치들을 유지하면서 무조건 6자회담에 나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6자회담 합의와 달리 북한에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회담을 정체시키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에 대한 방위수단으로 핵무기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작통권 문제는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복잡한 국내정치상황
'최악의 상황'을 피한 정도에 그친 대북문제와 달리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이 한시름 덜게 됐다.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이 한반도 안보에 여전히 책임을 지고 있다"며 "미국 병력의 주둔과 이동은 모두 한국정부와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이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돼선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작통권 환수 움직임을 격렬히 비난하던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여전히 이번 회담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부시 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특히 반대 진영의 선두에 섰던 일부 신문은 작통권 환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장 기간인 13박 14일 동안의 순방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이 귀국하기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섰고 19일 본회의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19일 처리에 협조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만일 이날에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청와대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병준 전 부총리에 이어 전효숙 내정자까지 낙마하면 청와대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