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사가 학교 폭력을 방임 및 방관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교사를 직무 유기 혐의로 형사 입건하라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7일 학교 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 교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기하거나 포기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교사를 형사 입건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여중생 투신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양천경찰서에 해당 학생의 담임 교사를 사법 처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으며, 양천서는 해당 학생의 담임 교사를 직무유기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 교사가 지난해 4월 지난해 4월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온 여중생(당시 14세)과 학부모가 자신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학교 폭력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8일에도 중학교 담임 교사가 학교 폭력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받게됐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가 최근 학교 교장과 담임이 학교 폭력을 은폐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진정서를 낸 아버지는 "아들이 동급생으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폭행당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며 "담임교사와 교장은 학교폭력을 사전에 막지 못한 데다 은폐하려고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조만간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진술을 듣고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이다.
경찰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교사들의 우려는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교권이 침해되고 교사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원의 직무와 생활지도 부분에 경찰이 직무유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천차만별인 학교 폭력 사안을 두고 경찰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직무유기로 입건하면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대변인도 "경찰이 자의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교원의 직무상 명백한 범위를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관련 업무나 담임 등을 맡지 않으려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개별 사건이 모두 다르고 이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도 다른 만큼 교사를 일괄적으로 사법 처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응당 수행해야 하는 직무를 명백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사례는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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