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13일(현지 시각)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및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 하는 한편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한미 양국의 공동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관심이 집중됐던 재무장관 접견에서 폴슨 장관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동결 등 대북 금융조치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설명했고, 노 대통령은 "미국의 법집행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현재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강화된 대북 제재안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나와 부시 재임기간에 한미동맹 합리적으로 재조정"
먼저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접견한 노 대통령은 "그간 한미 양국 실무선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온 경과는 아주 건설적인 노력"이라며 "진행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배석했던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전했다.
이와 별도로 라이스 장관도 대통령 접견에 앞서 열린 반기문 외교부장관, 송민순 안보실장과 라이스 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간의 '2+2' 정상회담 사전협의 상황을 전하며 "내일 정상회담은 앞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9.11 5주년을 맞아 미국의 대테러 전쟁, 테러 방지 노력에 대한 지지와 한국 정부의 역할을 표명하고 핀란드 헬싱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진행된 테러 관련 논의를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나와 부시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데 이 기간 중에 한미동맹의 재조정작업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라이스 장관도 "한미동맹이 굳건한 상태(good shape)에 있다"며 "최근 수년간의 한미관계 변화는 동맹의 미래지향적인 현대화를 위한 것이며, 지금까지 해 오던 속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약 30분 간 진행된 접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북제재 자체는 용인할 수밖에 없지만…
이어진 폴슨 미 재무장관 접견에서는 IMF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 양국 간의 무역 증진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관심은 대북 제재 쪽으로 쏠렸다.
대북금융조치에 대한 미국 측 설명을 접한 노 대통령은 "법집행(대북제재)과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배석했던 윤대희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제재 자체는 용인할 수밖에 없지만 대화 모멘텀 상실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폴슨 장관의 구체적 설명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현재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그 자체였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정상회담 이후 종합 브리핑에서 언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폴슨 장관이 이미 지난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만나 대북금융제재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윤 수석은 "구체적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은 없다"며 "전문을 받아 봤지만 상세한 내용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 밖에 노 대통령은 IMF 개혁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력에 비해 과소 배정된 쿼터를 증액시키기 위해 노력해준 미국의 협조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앞으로 IMF 개혁 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폴슨 장관은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역자유화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폴슨 장관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오늘과 같이 성공한 것은 국제사회의 모델이 되고 있다"며 환율 유연성 확대를 포함해 무역수지 균형을 이뤄내기 위한 국제적인 정책협조 과정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 절상, 한국 원화 절상 을 포함한 미국의 환율정책에 협조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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