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 8개 학교 운동장 흙에서 석면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냈고, 교과부도 조사 의뢰 결과 이들 학교 모두에서 0.25~1.5%의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는 서울 양명초, 부산 몰운대초, 경기 과천고, 충남 설화중·음봉중·쌍용중, 경남 밀주초·하동초 등이다.
논란이 커지자 각 해당학교 등은 감람석 운동장을 걷어내고 재시공을 시행했으나 교과부는 석면에 노출된 학생, 교직원 등에 대한 건강 대책 등은 제시하지 않아 학부모들의 성토를 샀다.
'등교 거부' 하동초교 "교과부는 '학생 건강 대책' 내놔라"
특히 경남 하동초등학교는 학부모 대책위가 '등교 거부 운동'에 들어가면서 개학 첫날인 9일 전체 학생의 32%가 넘는 230여 명이 결석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지난 9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학교 운동장에 깔린 감람석에 석면이 허용치의 35배인 3.5%나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뒤이어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서 학교 건물 안에서도 석면 성분이 발견됐다.
하동초교는 석면이 검출된 감람석 철거 공사를 시작하는 한편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해 12월 5일부터 겨율방학에 들어갔고, 9일 개학했다. 그러나 학부모 대책위는 환경부와 교과부가 학생들의 석면 노출에 대한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등교 거부 운동을 벌였다.
조창수 하동초등학교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교과부에 석면에 노출된 학생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건강수첩을 만드는 등 피해대책을 요구했다"며 "환경부가 새로운 건강검진대책을 제시해 하동초 학부모가 수용했지만 석면 운동장 조성 당사자인 교과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석면이 함유된 감람석을 학교 운동장에 깔도록 권장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학부모 대책위는 오는 13일까지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무기한 등교 거부와 함께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학교 운동장 석면 노출 대책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
"교실 먼지에서도 석면 검출…병설 유치원 유아 노출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교과부가 지난해 11월 대학기관에 의뢰한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내 석면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8개 학교 모두에서 석면이 검출됐으며, 이들 중 5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을 이용할 경우 기준치의 최고 5배를 초과하는 석면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8개 학교 중 충남 음봉중, 경기 과천고, 부산 몰운대초, 경남 하동초, 충남 쌍용중 등 5개 학교에서는 교실 먼지 속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운동장 토양에서 날린 것인지, 아니면 학교 건축물에 석면이 함유된 것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석면 종류도 백석면 외에도 트레몰라이트, 액티놀라이트 등 3가지로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트레몰라이트 석면과 액티놀라이트 석면은 각섬석 계열로 백석면보다 독성이 강해 2003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하동초등학교를 포함한 10개 초등학교에는 병설 유치원이 딸린 학교가 많다"며 "이러한 병설유치원에 1년 이상 다녔던 유아까지 석면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소장은 "이제까지는 예전에 석면에 노출되어 질환이 발병되어 문제를 제기한 '과거 노출 현재 발병'식의 문제제기였다면 이번엔 시민들이 '현재 노출 미래 발병'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석면과 같은 긴 잠복기를 갖는 환경보건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지시하자 각 초등학교에 감람석과 파쇄토 등을 사용해 친환경 운동장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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