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결과를 보고하던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가 진땀을 빼야 했다. "협상전략상 공개가 불가능하다"라고 에둘러가기에는 정몽준 의원 등 일부 통외통위 위원들의 질문이 워낙 예리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통외통위 위원들이 언론보도 수준을 넘지 못하는 질문을 해 시간만 축낸 반면, 무소속의 5선 국회의원인 정몽준 위원은 과거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과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체득한 국제경험을 바탕으로 공세적 질의를 던져가며 김종훈 대표를 완전히 압도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질의하겠다"며 가볍게 입을 연 정몽준 의원의 태도가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어느 수준으로 평가하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김종훈 대표가 상식 이하의 무성의한 답변을 하면서부터다.
김종훈 "개방하면 경쟁력 생긴다"
김종훈 대표는 이 질문에 "개방하면 경쟁력이 생긴다"라며 시장개방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하고 있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일반 사람들도 이해할 만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개방만 하면 라이트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냐"고 재차 질의하면서 "개방만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국제경쟁력이 생길지는 의문"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정 의원은 이어 "금융산업은 경쟁력을 짧은 시간 안에 높이기는 매우 어려운 분야인데, (단지) FTA를 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한미 FTA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이 또다시 외환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김종훈 대표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같은 정몽준 의원의 공세에 대해 김 대표는 "모든 FTA 협상에서 국가 간 경제력 격차는 있기 마련이지만 반드시 경제력이 낮은 국가가 손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궁색한 답변을 늘어놨다.
정몽준 "외환위기, 값비싼 경험 벌써 잊었나"
이에 정 의원은 과거 외환위기 경험을 언급하면서 "과거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온 것은 우리나라가 (무리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단기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라며 "무작정 개방하면, 규제를 해제하면 외환위기가 또다시 오지 않으리란 법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나아가 "김종훈 대표의 말씀을 들으면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경험을 했음에도 그 교훈을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며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느라) 고생도 많이 하지만 앞으로는 좀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고 말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인(김종훈 대표)이 아는 분야가 뭔지, 모르는 분야가 뭔지 구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변 태도 자체를 문제 삼으며 "앞으로는 단순하고 단편적인 답변만 하지 말고 우리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준비해 와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몽준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통외통위의 김원웅 위원장은 "정해진 시간에서 20분이나 초과됐지만 너무 중요한 질의가 많아서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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