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에 '뒷거래'는 없어야 된다고 못 박고 나섰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한미 FTA 관련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체결의 걸림돌로 이야기되는 쟁점들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체결하기 위해 뒷거래를 한다면 반드시 한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뒷거래가 있을 경우) 전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한국 사회에 관철시키는 뒷거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는 것임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인'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 측 협상단의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최근 "한미 FTA는 양국관계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젠다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의 만남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범국본의 시국선언문(전문)
지난 9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한 3차 협상이 진행되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저질 공포영화 수준의 괴담'이라고 치부했지만, 3차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추가적 쟁점들을 보면 괴물은 더욱 더 흉칙한 모양으로 커져가고 있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오면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오히려 죽음의 광우병을 몰고 올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3차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에 한국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먹거리 수입 재개를 헌납했다.
이번 3차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는 더욱 구체적이며 더욱 공세적이었다. 의약품 가격 결정과정에 미국에 기반을 둔 초국적 제약업계가 참여할 것을 요구하였고, 공기업도 시장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상업화, 민영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경제운용에 있어 핵심적인 기관인 국책은행들마저도 차별적이라며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경쟁 챕터에서 재벌규제 조항과 독점, 공기업 조항을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 부분은 향후 공기업 분야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미국 내 연안해운에 관한 존스법, 반덤핑을 비롯한 무역구제법, 전문직 비자쿼터, 전문직 상호인정 등의 문제에서 협상권한이 없고, 미의회 소관사항, 무역촉진법 등을 구실로 협상대상조차도 될 수 없다고 버텼다. 미국이 협상결과의 적용은 연방정부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주정부는 규제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나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는 식으로 굴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과 정부는 3차 본협상이 상품양허안과 서비스, 투자 유보안을 타결짓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렬이라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협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로 볼 때 그 타결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열린우리당이 있지도 않은 당론을 내세워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제기한 여당 의원들을 경고조치 하는 행태나 최근 지루하게 공방전을 벌이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순식간에 밀실에서 야합을 이루어내는 과정 등을 볼 때 한미FTA의 타결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인지는 이미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 되었다.
내일이면 미국 워싱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미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를 안겨주고, 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희망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한미 군사적 동맹의 강화 및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 경제, 안보적 패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맹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 체결을 매듭짓기 위해 소위 한미FTA 체결의 걸림돌로 이야기되는 쟁점들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들은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체결하기 위한 뒷거래를 행한다면 그것을 반드시 한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한미 FTA가 파괴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 계량될 수 있는 것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와 환경, 공공서비스 등의 국민들 삶의 기본적 가치들이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한미 FTA를 체결하고자 애쓴다면 결국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정치ㆍ경제ㆍ군사적 패권 장악을 위한 뒷거래, 특히 한반도에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뒷거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한국 사회에 관철시키는 뒷거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는 것임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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