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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버핏세'로는 복지국가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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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버핏세'로는 복지국가 꿈도 못 꾼다!"

[토론회] "문제는 '공정성', 재벌과 고소득층의 책임 강화해야"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한국판 버핏세'를 두고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는 과표 3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이 구간의 종전 35% 세율을 38%로 올리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이 개정안을 의결, 공포했으나 다음 정기국회에 새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추진한 이번 증세안이 과연 진짜 '부자 증세'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증세안으로 늘어날 세수는 연간 7700억 원 정도로, 2010년 세수 166조원의 0.4%에 불과한데다, 해당되는 사람도 전체 소득자의 0.2% 수준으로 사실상 증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러한 '생색내기' 부자 증세로는 재원 확보나 과세 형평성 보장과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판 버핏세'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재정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증세를 해야 햐느냐'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 김성식 무소속 의원과 참여연대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한국판 버핏세,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공청회에서는 '복지국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제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 '한국판 버핏세는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가' 등을 두고 심도깊은 토론이 이뤄졌다.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공정한 과세체계가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세율이 낮고 과세기반 또한 취약하기 때문에 조세부담률이 낮다"면서 "특히 낮은 수준의 법정세율과 다양한 비과세 감면제도 및 탈루소득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효세 부담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의 조세체계는 '과세 형평성'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병구 교수는 "부동산과 자본에 대한 과세는 미흡하고, 기업에게는 다양한 세제상의 우대조치가 제공되며, 상속세와 증여세의 회피가 많고, 사업소득자의 탈루소득이 많아 과세 형평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흔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세제도로 이야기되는 '낮은 세율과 넓은 세원'은 우리나라 세제 개편의 방향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 보다는 '적정세율 넓은 세원'을 조세 개편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면서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조세구조와 과세 방식을 공평하게 함으로써 소득간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실현에 필요한 조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편적 세수입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 조정 및 세율 인상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과세체계가 공정하지 못할 경우 납세자들은 보편적 과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버핏세'는 고소득자·재벌에 대한 공평 과세"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인 조수진 변호사는 "이번 '한국판 버핏세'는 상징성을 가질 수는 있으나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금액"이라며 "게다가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과 함께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게다가 법인세에 중간구간을 감세해 오히려 총 1조원 이상의 감세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종합적으로 보면 부자감세안을 강행하면서 비난을 피할 방패막이로 버핏세라는 이름을 악용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한국판 버핏세는 고소득자, 대기업, 재벌에 대해 조세 공평주의에 기해 신설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세표준 1억2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구간을 신설하여 소득세 42%를 부과할 것과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하는 대기업에 법인세 27%의 최고 구간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그는 "재벌들의 편법 증여는 공평 과세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소위 '일감 몰아주기'가 재벌총수 일가의 자식과 후손들에게 부를 이전하는 방편으로 이용되면서도 아무런 세금조차 내지 않고 있어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년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통해 발생한 주식 가치 상승분을 증여가액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도 "부유세는 일종의 '사회투명세'로 조세정의를 확보하고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고, 또 '사회통합세'로써 보편적 복지를 통해 사회 통합의 재원으로 필요하다"면서 "부유세는 당장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또 이날 토론회에는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행 소득세법 상 유가증권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대주주와 증권시장 거래에 의하지 않고 양도하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고, 특히 파생상품시장에서는 거래세까지 부과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병구 교수는 "상장 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조 변호사도 "연간 주식양도차익이 일정액을 초과할 경우 과세하되, 소액투자자들에게는 일정한 소득공제를 도입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왜 '부유세'가 필요한가, 필요한 건 소득세 누진 강화"

그러나 과연 '부유세'가 필요한가를 두고 이견도 제시됐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성식 무소속 의원은 "조세 문제에 계급적·이념적 방식의 접근이나 '낮은 세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 모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소득이 많은 사람을 더 걷자'는 가능하지만 '99% 대 1%'라는 식의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라는 이유로 세금을 특별히 더 내게 하자는 접근은 복지 재원 확대나 경제 활력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부유세를 매기는 것보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기업 생태계를 바로잡고,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소득 재배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의 누진 기능을 강화하는게 필요한 거지 부유세 등의 다른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소득 계층 간의 수직적 공평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반갑지만 '특정 계층에 대한 세금'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현행 소득세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됐지만 단지 특정 계층에 대한 제재로 비춰지는 것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지확대와 세부담 증대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면서 "복지 확대로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다시 복지와 증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부담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도 "증세에 반대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 부족을 보여준다"면서 "일시적으로 세금을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목적세'도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이를 통해 국가 신뢰가 회복된다면 '재정 건전성과 복지 증대'를 함께 추진하면서 증세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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