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은 "스스로 보수라고 규정하는 정당은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다"며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선 특정 이념을 지향한다고 못 박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개정된 한나라당 정강·정책엔 "한나라당이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대위, 정강에 '유연한 대북정책' 삽입키로…'보수' 문제는 계속 논의
5일 열린 정책쇄신분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 위원의 주장에 대한 찬반 양론이 충돌한 가운데,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종인 비대위원. ⓒ프레시안(자료사진) |
이밖에도 한나라당은 정강·정책에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키로 했다.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정경쟁·경제정의 등의 가치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권 의원은 "신자유주의 질서가 낳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정경쟁·경제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쇄신분과위원회는 내주 월요일(9일)까지 정강·정책 개정에 대한 초안을 만들 예정이며, 이후 비대위 전체회의를 통해 이 같은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보수' 용어 삭제 여부는 비대위 정책쇄신분과위원회와 정강·정책 개정소위에서 계속 논의키로 해, 내주 마련될 초안엔 이 문제는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보수 지우기'에 친이계 "김종인, 철거반장으로 왔나"
그러나 당내 분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을 주축으로 한 '보수색깔 지우기'에 친이계 구주류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김종인·이상돈 위원의 사퇴를 주장해온 친이계 의원들의 목소리에 더 힘이 붙을 가능성도 높다.
전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나라당에서 보수와 반포퓰리즘을 삭제하겠다는 김종인 비대위원,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시지"라고 꼬집었고, 역시 친이계인 조전혁 의원도 "당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당을 죽이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급기야 중도보수 가치마저 표에 판다니 제가 마음을 접어야겠군요. 이제 정말 떠나야겠네요"라며 탈당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부패한 보수, 탐욕적인 보수가 문제지, 참보수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러면 당 정체성이 사라져 보수도, 진보도 아니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쇄신파인 원희룡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대가 바뀌면 내용도 바뀌는 것인데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단어 자체를 못 박아두는 게 과연 시대 발전의 변화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며 "굉장히 과감한 문제제기이며, 그런 차원에서라면 수긍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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