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새해를 10분 남기고 이른바 '부자증세' 법안을 가결시켰다. 지난해 정치권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한국판 버핏세'가 마침내 국회를 통과된 것. 그러나 통과된 법안으로는 실질적인 과세 효과가 없어 '무늬만 부자증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는 31일 본회의에서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이른바 '부자증세' 법안을 처리했다. 소득세법 수정안인 이 법안은 '연소득 3억 원 초과' 소득세 과표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현재 35%에서 38%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이 의원총회에서 채택한 당론대로 통과된 것이다.
"소득자의 0.17%만 과세대상…버핏세 취지 유명무실"
그러나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 여야 의원 52명이 '과세표준 2억 원 초과'에 대해 38%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수정안이 한나라당의 내부 조율 과정에서 '과세표준 3억 원 초과'로 완화됐기 때문.
전날 의원 51명의 동의를 얻어 '2억 원 초과' 안을 제시했던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은 반대토론을 신청해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버핏세는 무늬만 부자증세"라고 비판했다. '3억 원 초과' 기준으론 세수 증대를 목표로 한 부자증세의 실효성이 없는데다, 한나라당이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반쪽짜리' 부자증세 수정안을 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3억 원 초과' 소득자는 2009년 기준 전체 소득자의 0.17%에 불과한데다, 특히 근로소득자는 1만1000명으로 전체의 0.08%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버핏세의 취지가 1% 부자들의 증세로 99%의 서민들을 돌보자는 것인데, 1%의 10분의1도 안 되는 부자증세로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2억 원 초과'라는 민주통합당 안대로 소득세법을 개정할 경우, 2009년 기준 6만3000명(전체 소득자의 0.35%) 정도가 이 세율을 적용받게 돼, 약 77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무늬만 버핏세', 한나라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 통과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새로 신설되는 과표 구간을 2억 원이 아닌 3억 원으로 높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애초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부정적이던 박근혜 비대위원장 역시 '일부라도 증세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청이 계속되자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열린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수정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대토론이 이어지자, 박희태 국회의장은 '토론 종결 동의건'을 받아들여 표결에 붙였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토론은 더 진행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표결에선 재석 의원 244명에 찬성 157명, 반대 82명, 기권 5명으로 야당이 '무늬만 버핏세'라고 비판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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