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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패러디 봇물…"이름이 궁금할 땐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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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패러디 봇물…"이름이 궁금할 땐 119"

김문수, 파문 확산되자 좌천 소방관 2명 징계 철회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상황실 전화'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 근무자들이 김문수 지사가 걸어온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 응대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 것.

28일 공개된 김 지사와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의 대화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119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며 상대방이 관등성명을 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실 근무자였던 오모 소방관은 이를 장난 전화로 오인, "무슨 일로 전화하셨느냐", "이 전화는 비상전화입니다. 일반 전화로 하셔야 합니다"라고만 여러 차례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 '119 파문'을 일으킨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꼰 패러디물.

이에 김 지사는 재차 119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고, 이 전화를 받은 다른 상황실 근무자는 이름을 대라는 김 지사의 요구에 자신의 이름을 밝힌 뒤 "119로 하셨잖아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라고 물었다. 이번엔 김 지사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남양주 노인요양원을 방문했다가 암환자 이용체계를 문의하기 위해 119로 전화를 걸었으며, 이 두 번의 통화에서 "내가 도지사 김문수라니까"라며 자신의 이름을 총 8차례나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서 '119 전화신고 접수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시 상황실 근무자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소방 공무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전보시켰다.

또 경기도 소방본부는 19일 경기도내 34개 소방서에서 김문수 도지사의 목소리가 담긴 통화내용을 들려주며 소방공무원 특별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오모 소방관은 29일 경기도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들끓고 있다. 문책은 소방관들이 아닌 김 지사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전화를 받는 119 상황실에 전화해 "내가 도지사"라며 불성실한 응대에 불쾌감만 표출한 김 지사에게 오히려 잘못이 있다는 것.

한 누리꾼은 "전화 응대 부실로 징계 운운하는 게 김문수의 수준"이라며 "권위주의 시대에 부응 못한 게 죄겠지"라고 비판했고, 다른 누리꾼은 "긴급 전화에 쓸데없는 응대를 안한 소방관들에게 오히려 표창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러디 봇물…"도지사 김문수입니다", "넌 줄 알아 전화 끊어!"

김 지사를 비꼬는 각종 패러디물도 쏟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이름이 궁금할 때는 언제나 119'라는 영상이다. 자동응답기 형식의 이 영상엔 "119 안전신고센터입니다.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도지사는 1번, 아니면 2번을 눌러주십시오. 2번을 누를 경우 상담원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습니다. 1번 경기도지사를 선택하셨습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삐 소리 후 이름을 말해주세요"라는 자동응답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어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는 김 지사의 목소리가 나오자, "넌 줄 알아 개새끼야, 전화 끊어!"라는 정봉주 전 의원의 목소리로 영상이 끝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알고리즘'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도식도 역시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퍼나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윤동주의 <서시>를 패러디한 '경기돼지사 119 긴급전화 시',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는 도지사다' 역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김문수 알고리즘'.

진보신당 "김문수, 장난전화 그만하고 소방관 초과 근무수당부터 지급하라"

야당도 비판에 나섰다. 진보신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지사의 무개념 언행이 도를 넘어 이제는 긴급한 내용만 소화하기도 바쁜 소방공무원에게까지 그 피해를 입혔다"며 "119 장난전화에 대해 집중 계도기간을 갖고 단속을 진행하는 소방서도 있다. 가장 먼저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어린 초등학생이 아니라 김문수 지사"라고 꼬집었다.

또 "경기도의 경우 2006년부터 현재까지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이 340억 원에 이른다"면서 "김 지사는 무개념 장난전화를 중단하고 당장 미지급 초과 근무수당부터 우선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만일 그 시간에 진짜 응급환자나 화재 신고가 있었다면, 김문수 도지사야말로 소방공무원의 주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김 지사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보복성 전보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문수, 뒤늦게 사태 수습좌천 소방관 2명 원대 복귀 결정

파문이 커지자 김 지사는 상황실 근무자 2명의 인사 발령을 철회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 지사는 29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해 "경기도시공사 감사를 했던 분이 암에 걸려 남양주로 병문안을 갔는데 위험한 상황이라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중형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었다"며 "상황실 근무자들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아 당황을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이번 일에) 나도 책임이 있다. 소방서비스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이런 조치는 소방관들이 징계를 받은지 엿새만이며, 언론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인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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