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실 부이사관급 간부의 '명품 수수'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김성환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경호실이 자체 조사 중이지만 사업가로부터 경호실 간부가 각종 명품을 선물 받은 사실 자체는 틀림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실의 부이사관급 간부인 김 모 씨가 사업가 옥 모(여) 씨로부터 각종 명품 의류 등의 선물을 받았다가 되돌려줬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이달 초 접수됐다고 한다.
'실패한 로비'는 드러났지만 '성공한 로비' 없었을까?
2005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아르마니 양복,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 명품 만년필 등 약 1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김 씨는 옥 씨가 인도에서 사업을 기획한다는 말을 듣고 평소 친분이 있던 인도대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옥 씨를 소개시켜줬지만 그 사업은 실패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이 실패하자 김 씨는 선물을 모두 돌려줬지만 분개한 옥 씨는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해 이 사실이 밝혀진 것.
청와대 김성환 부대변인은 "자동차값 800만 원도 대납시켰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대납 의사'는 있었던 것 같지만 대납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김 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인도대사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인도대사는 '앙드레김 패션쇼를 한다' '뉴델리에 사옥을 신축한다'는 옥 씨의 말을 듣고 신뢰도가 낮다고 판단해 실질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부대변인은 "김 씨가 별다른 뜻 없이 잘 지내자는 뜻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경호실 자체 조사 중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불과 네 달 동안 1000만 원 가량의 선물을 주고받았다는 김 씨의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실패한 로비'로 명품 선물 사실이 드러났지만 '성공한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생각 없이 명품을 받은 사람이면 평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고가의 선물은 넙죽넙죽 받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에 김 부대변인은 "경호실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부분도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경호실…완전 무풍지대
명품 선물 공방과 더불어 폐쇄적인 경호실 시스템 문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민정수석실 같은 청와대 내 감찰조직 대신 경호실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김 부대변인은 "비서실과 경호실은 예산도 분리되어 있고 다른 조직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평소에도 경호실을 감시 감독할 시스템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이어진 질문에 김 부대변인은 "과거 정권에서는 청와대 청소하는 사람만 알아도 목에 힘을 줬지만 현 정부 들어오면서부터 청와대 수석들도 일체 청탁을 하지 않는다"고 다소 동떨어진 답을 내놓았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소관 부처로 맡고 있긴 하지만 비서실에 대한 관심이 클 뿐 경호실은 사실상 무풍지대다.
한편 "인사조치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김 부대변인은 "경호실이 세심히 자체 조사를 한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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