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재창당을 요구하는 친이계 의원들이 홍준표 대표의 당 쇄신안을 비판하며 홍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한나라당 '재창당 모임' 소속 전여옥·신지호·차명진·안형환·나성린·안효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홍준표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재창당을 한다는 것은 공천권에 대한 집착"이라며 "현재 남아있는 지도부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원의 뜻에 따라 재창당추진위원회를 만든 뒤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통해 재창당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당 쇄신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을 해산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
다만 홍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 결과는 당 대표가 쇄신안을 제시하고 책임감 있게 실행하라는 것"이라며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한 채 쇄신 작업을 추진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친이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임 소속 차명진 의원은 "재창당의 1원칙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홍준표 안은 재창당 정신을 못 살린 '짝퉁' 안"이라고 힐난했다. 전여옥 의원 역시 "공천 후 재창당을 하면 참신한 인재를 어떻게 영입하느냐"면서 "공천권에 대한 집착이고 공정하지 못한 의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재창당추진위원회를 시급히 만들어 재창당에 대한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및 연찬회를 빠른 시일 내에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일에도 "9일까지 재창당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의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었다.
그러나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놓고 당내에선 "당권을 빼앗긴 친이계 구주류가 분당까지 염두에 두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이들 의원 대다수가 과거 주요 당직을 지내며 이명박 정부 4년간 당권을 장악했던 세력이란 점에서, 이들이 자기반성을 생략한 채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이 김문수 경기도 지사(차명진), 정몽준 전 대표(전여옥, 안효대) 등 여권 내 다른 '잠룡'들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이들의 '집단행동'이 특정 대선 후보군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들은 역시 재창당을 주장하는 쇄신파 의원 모임 민본21과 공동행동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없다"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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