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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 든 한나라당, 뒷짐 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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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망조 든 한나라당, 뒷짐 진 박근혜

홍준표, 친박 지원으로 기사회생…시한부 '식물 지도부'로

지도부 3명의 동반사퇴로 침몰 위기에 놓였던 '홍준표호(號)'가 결국 친박계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했다. 홍 대표를 겨냥한 최고위원 3명의 동반사퇴는 결국 하루짜리 '소동'으로 봉합됐고, 붕괴 직전까지 갔던 홍준표 체제는 명목상 재신임을 얻었지만 '식물 지도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홍 대표의 거취 등을 논의했으나, 결국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전제로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가 친박계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자리를 지킨 바 있다.

▲ 7일 한나라당 지도부 3명이 최고위원직을 동반사퇴한 가운데, 홍준표 대표가 텅빈 의원총회장에 홀로 앉아있다. 비어있는 옆 자리는 이날 사퇴한 최고위원들의 좌석이다. ⓒ뉴시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여러분이 '홍준표 안 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며 "어떤 말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홍준표가 정치를 지저분하게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고 전 의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물었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면서 자신의 퇴진을 압박한 데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쇄신파 "홍준표, 시간 끌수록 비참해진다"

이날 의총에선 홍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의원들의 찬반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국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먼저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혁명엔 반혁명이 따르기 마련이고, 기득권층의 저항은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라며 홍 대표의 '버티기'를 질타했다. 그는 "1년 후, 한 달 후를 생각해보자. 한나라당이 어떻게 돼 있을 것 같은가"라고 반문한 뒤 "이 정도면 결판이 난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더 비참해진다"고 홍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최고위원직을 던진 원희룡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디도스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이라며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은 그 때와 판박이처럼 비슷한다"며 거듭 '당 해산 후 재창당'을 주장했다. 그는 "디도스 사건 이후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우리 당 지도부는 기능을 상실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도 했다.

역시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남경필 의원 역시 "진지하고 심각하게 탈당을 고려하는 몇몇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홍준표 대표는 쇄신 논의의 에너지를 깎아먹고 시간만 보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대표께 동반 사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시 '洪 방패막이' 된 친박계…박근혜 '막후정치'도 절정

반면 홍 대표의 사퇴가 '시기상조'라며 이날 동반사퇴한 세 명의 최고위원들을 힐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와 가까운 박준선 의원은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의 사퇴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힐난했고, 정미경 의원 역시 "본인이 물러나겠다면 (본인들만) 물러나면 되지 왜 다른 사람에게 물러나라는 것인가. 보기에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의 사퇴를 완강히 반대하며 그에게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 '전면 등판'을 부담스러워 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난 것. 친박계는 지난 쇄신연찬회에 이어 이번에도 '홍준표 지원사격'에 나서며 박 전 대표의 당권 접수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 좌장 격인 홍사덕 의원은 "홍 대표를 끌어내리느냐 마느냐는 국민들 눈으로 볼 땐 자기들만의 권력투쟁"이라며 "정책쇄신에 힘을 모으고 홍 대표가 침착하게 당의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자"며 홍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역시 친박 성향의 김충환 의원은 이번 사태가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니까 불안해진 친이 세력이 불안해져서 생긴 일"이라며 "유일한 답은 당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해 나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그러기 위해선 이제 친이-친박이 바통 터치를 해줘야 한다. 이제 친박이 주류가 되고 친이가 서포트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경재·이성헌·배영식 등 다른 친박 의원들도 현 지도체제의 유지를 주장하며 홍준표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정작 최고위원직을 던진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홍 대표의 퇴진엔 당의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는 것이 한나라당 내 정설이다. 한 때 유승민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유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상의없이 사퇴를 결정한 것 같다"는 게 대다수 친박계 의원들의 전언이다. 유 의원도 최고위원직 사퇴 회견을 하면서 "(박 전 대표에겐) 사전 보고를 못 했다"고 했다.

홍준표, '시한부' 재신임 얻었지만…'식물 지도부'로 남아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이날 의총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쇄신을 책임지고 추진해 나가도록 하고, 정책쇄신과 당 쇄신을 병행해서 추진하자"고 결론을 내고 대다수 의원들이 이를 박수로 추인하면서 마무리됐다.

의총 막바지에 친이계 중진인 고흥길 의원이 홍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건의, 일부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기도 했으나 다른 의원들의 반발로 '해프닝'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 퇴진을 거듭 주장하던 원희룡 의원은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겠다는 '꼼수'엔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에 따라 당권파에선 최고위원들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계속 대표직은 수행할 명분을 얻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참석 의원 118명 중 21명만이 발언한 의원총회에서 현 체제 유지를 주장한 목소리가 반드시 '다수'라고 볼 수도 없는데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탈당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아직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것을 보인다.

특히 원희룡 의원은 홍 대표의 '사표 반려'에 "착각해도 유분수"라며 사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빠진 '반쪽 지도부'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원 의원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 역시 향후 홍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재창당 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재신임은 '시한부'에 불과하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가까스로 유지된 '홍준표 체제'가 사실상 친박계의 지원에 힘 입어 수명 연장을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식물 지도부'라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재창당' 로드맵 발표…"96년 신한국당 창당과정과 유사"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재신임을 물으며 비교적 구체적인 '재창당' 시나리오를 의원들에게 내놨다. 그는 "대표가 된 후 5개월 동안 빈 솥단지를 끌어안고 한숨을 쉬었고 이 빈 솥단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내내 고민해 왔다"면서 "애초의 계획은 예산국회 마칠 때까지 정책쇄신에 전력을 다하고 그 이후에 시스템 공천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끌어모아 이기는 공천을 한 뒤 2월 중순경 재창당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재창당 프로그램에 대해선 지난 1996년 신한국당 창당 과정을 거론하면서 "당시 15대 4.11 총선을 2개월여 앞둔 2월7일 공천자대회 겸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재창당 대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당의 등판 요구 등을 의식한 듯 "재창당 때까지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나올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개정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친이계 및 쇄신파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홍 대표는 "몇몇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얘기할 때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제가 이 당에 들어온 이후 개혁과 쇄신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지금 개혁을 주장하는 분들이 과연 개혁 정책을 내놓은 적이 있으냐"고 힐난했다.

또 "입으로만 개혁하고 당내 문제가 있을 때는 상처를 보듬을 생각을 안 하고 소금을 뿌린다"고 비판한 뒤 "상대방 당에 대해선 한 마디 말도 안하고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끼리 공격하는 것이 나도 싫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집권 여당 대표가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못하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당의 혼란을 바라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면서 "내가 여기 있으면 여러분이 마음에 있는 소리를 잘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긴 채 의원총회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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