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를 막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경찰은 3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원천 봉쇄했다. 세종로와 태평로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의 광장 진입을 차단했다. 또한, 경력 114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경찰, 집회 장소 원천봉쇄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야5당 의원들은 오후 3시 30분께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그간 한미FTA촛불집회의 선두에 서왔던 야당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까지 참석했다.
▲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도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광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애초 집회 진행 시간인 오후 4시가 지나자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가려는 시민이 더욱 늘어났지만 경찰은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던 시민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결국, 오후 5시께 5000여 명의 시민과 야당 의원들은 종각 방향 대로로 나와 경찰의 원천봉쇄를 규탄하며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명박 퇴진, 비준 반대'를 외치며 종로에서 을지로, 남대문, 시청광장을 지나 청계천 인근 영풍문고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종각 보신각 앞에서 이들의 행진을 막았고, 시위대는 종각 앞 편도 6차선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 소식을 트위터 등을 통해 접한 시민이 종각 쪽으로 몰려들면서 시위대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러자 연좌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는 6시 20분께 남대문과 서울광장 등을 거쳐 청계광장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이후, 저녁 8시께 청계광장 뒤편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발언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나와야 한다고 독려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한미FTA를 반대하며 지나가는 시위대를 인도의 시민이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끔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 주권을 빼앗아 가는 FTA를 반대하는 건 우리 국민 모두"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FTA를 폐기할 때까지 우리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FTA 폐기 투쟁은 쉬지 않을 것이다. 함께 해 달라"고 독려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여론은 이미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이미 뛰어넘었다"며 "나경원을 뽑았다는 보수 성향 판사도 다시 협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99%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FTA를 막으려 한다"며 "폐기 여론이 모이고 모이면 국민의 힘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대표는 "우린 개방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무분별한 개방으로 1%의 배만 채우는 개방을 반대한다"며 "진보정치의 힘으로 FTA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민들은 어떤 정치인이 한미FTA 폐기를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국민과 호흡을 맞추지 않는 정치인은 생명이 끝난다는 걸 정치인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종로 대로변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야당 의원과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 행진 중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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