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10일 금융감독원, 대한석유협회 등에서 제출해 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국내 5대 정유사들이 주요 석유제품의 세전 공장도가격을 '뻥튀기'해 주유소들에 19조 원의 폭리를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석유제품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정유사들이 책정하는 '세전 공장도가격'에 유류세와 각종 부대비용, 주유소의 유통마진 등이 더해져 책정된다. 따라서 '세전 공장도가격'이 부풀려진 만큼 최종 소비자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 의원의 지적이다.
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석유공사가 고시한 주요 석유제품의 세전 평균 공장도가격은 ℓ당 483원30전이다. 그러나 공사가 주유소에 실제 판매한 평균가격은 고시된 평균가격보다 55원70전 낮은 427원60전이다. 즉 소비자들이 기름을 살 때 ℓ당 55원70전을 더 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량을 적용해 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정유사들이 공장도가격을 부풀린 규모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 소비량이 약 536억ℓ였기 때문에 지난해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기름값으로 더 낸 요금은 무려 약 2조9300억 원에 달한다고 진 의원은 주장했다.
진수희 의원은 "정유소가 엄청나게 부풀려진 허구의 공장도가격을 고시함으로써 주유소는 2조9300억 원의 추가마진을 챙기고 소비자인 국민들은 그만큼 추가부담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의원의 분석을 소급해 적용하면, 유가 자율화가 시작된 이듬해인 1998년부터 현재까지 소비자들이 추가부담한 기름값은 19조 원대에 달한다.
진수희 의원은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나날이 치솟는 기름값만 탓해 왔다"며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유사가 실제 판매가격을 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유업계는 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정유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발표라고 반박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고시가격은 도매공급의 기준가격이며 실제로는 다양한 범위로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 판매한다"며 "공급과잉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값싸게 주유소에 기름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유협회는 매주 고시하는 세전 공장도가격이 실제 주유소에 판매하는 기름값보다 높은 이유와, 그 부풀려진 차액이 매년 고시가격의 10%를 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진수희 의원은 "정유업계가 수년 동안 폭리를 취해 온 것은 정부의 묵인 내지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정부와 정유업계 간에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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