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의 시행으로 우리가 얻을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설령 그렇다고 치자. 우리가 한미 FTA에 관해서 심히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정책은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는 별도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따로 남기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입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한미FTA로 이익을 얻겠지만 농민이나 중소기업은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FTA를 지지하는 측은 낙수효과 덕분에 결과적으로 한미FTA 체결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낙수효과를 들먹이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농민이나 축산업자, 중소기업 등 한미 FTA 피해자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보상방안이 문제다.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상해줄 효과적인 방법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소 이런 종류의 질문에 가장 강하게 부정적 대답을 주는 학자는 FTA를 적극 지지하는 보수성향 경제학자들이다. 사회복지지출의 확대를 반대할 때 이들이 늘 제기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빈곤층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 많이 나온 바다.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그 자체가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진정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하는데, 그러자면 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어야 하고 이들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구호대상자 각각이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가난한 정도나 도움이 필요한 정도가 천태만상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 모든 것이 제대로 파악되었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가짜 구호대상자들이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들과 지방유지들 그리고 이들과 선이 닿는 세력가들이 사회복지를 위한 돈을 가로채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빈곤층을 위해서 정부가 10의 돈을 지출하면 정작 가난한 사람의 손에는 1내지 2만 떨어지고 나머지는 엉뚱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요컨대, 사회복지를 위한 정부 재정지출의 상당한 부분이 진짜 구호대상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도중에 줄줄 새 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복지 지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수진영의 주장대로 사회복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수는 없다. 자본주의 시장의 속성상 빈부격차를 점차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사회복지지출의 증대는 앞으로 대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정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최대한 도와주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한미 FTA가 우리에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수차례의 FTA 체결로 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았었다면, 왜 작금의 한미FTA 비준안에 대하여 농민을 비롯한 수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반대할까? 농촌 현장을 가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농민을 위한 피해보상기금의 적지 않은 부분이 도중에 새나가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한미 FTA 실시로 예상되는 피해자들의 손실을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보상방안이 과연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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