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청와대는 11일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한다고 발표했으나, 민주당이 면담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야의 경색 국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한미FTA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보고 면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식 제의나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는 것은 국가원수의 기본적 의전도 아니고 야당,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을 통해 "어제 청와대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의사를 전달해 왔고, 이에 김 원내대표가 '새로운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여야 타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중하게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또 필요하면 우리가 청와대를 방문하겠다는 것이 어제까지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일방적 방문은 그야말로 밀어붙이기 명분 쌓기"라며 "사실상 한나라당에 단독처리를 지시하는 효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문에 야당 대표가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며 야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한미FTA와 같은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로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야당이 거절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민주당이 말로는 대화와 소통을 하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막상 대통령이 대화를 하자고 하니 귀를 막고, 만나자고 하니 회피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하더라도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및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정도만 만나고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
여야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팽팽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으로 오히려 여야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면담 불발 시, 여야 관계의 급속한 냉각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방문 이후 한나라당이 "할 만큼 했다"며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의 강행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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