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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된 차고"…성북 스마트앱 창작터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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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된 차고"…성북 스마트앱 창작터의 미래는?

김영배 "어플리케이션 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

"방위산업이 부상하자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호황 경기가 형성되었다. 그 뿌리는 1938년 데이비드 패커드와 그의 아내가 팰러앨토의 창고 딸린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그리고 곧 그들의 친구 빌 휼렛이 그 창고에 들어와 살게 되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집에는 차고가 있었는데, 패커드와 휼렛은 그곳에서 기계를 만지작거리다 그들 최초의 오디오 발진기를 개발했다.(집집마다 딸린 차고는 결국 실리콘밸리의 유용하면서도 상징적인 부속물임이 입증된다.) 1950년대에 접어들며 휼렛패커드(HP)는 기술 장비 제조사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한 대목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차고에서 기계를 만지작거리던 인물이었다. 이렇듯 '공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들에게 차고는 창의적 공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바람이 불기도 했다.

제2의 '스티브 잡스' 배출을 꿈꾸는 공간이 있다. 서울 성북구청이 수억 원을 투자해 동소문로 드림트리 빌딩에 만든 '스마트앱 창작터.' 8일 저녁 이곳에서 어플리케이션(앱) 발표회가 열렸다. 어플리케이션은 요즘 광범위하게 보급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총 5개 팀이 발표를 했다. 의류 쇼핑몰과 잡지를 결합한 앱을 선보인 '매거진 룩' 팀. 그들은 앱에 대해 "패션의 페이스북"이라고 소개했다. 패션 아이템을 마음대로 골라 패션잡지 처럼 꾸밀 수 있는 웹 매거진 툴을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이용자는 자기가 만든 패션 페이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코디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식이다.

홍준기 씨는 식당 등의 자영업자들이 QR코드 쿠폰을 통해 쉽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고, 팀 'RINO'는 아이패드 기반의 게임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노란잠수함' 팀은 상황에 맞는 애니메이션과 배경음악이 삽입된 e-Book을 선보이며 "신예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앱"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 혁신적인 대리운전 연결 시스템을 고안해 낸 '14615'팀은 발표에 앞서 "아이디어가 도용될 수 있다"며 발표회 참석자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기자에게 "대박이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발표회의 진가는 발표가 끝난 뒤 열린 자문단의 '멘토링'이었다. 황인준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김인규 국민대 경영정보학부 교수, 김효용 한성대 미디어디자인 콘텐츠학부 교수, 변혜원 성신여대 미디어정보학부 교수, 이정근 '2XLASIA' CEO가 각 팀에 궁금한 점을 묻고 개선할 점에 대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이미 멀티미디어 형태의 이북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은데 좀 어설퍼 보이지 않아요?", "QR코드를 여러 번 찍어 쿠폰을 많이 받는 이용자들은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요?", "미발행 원고의 등용문이 된다고 했는데, 미발행 원고는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저자와 음악가, 미술가들을 이어주는 소셜 이북앱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유사한 솔루션을 많이 본 것 같은데요", "주변에 코디를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 앱의 효용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이날 발표는 '중간' 단계였기에 자문단의 조언은 앱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돼 보였다.

성북구 스마트앱 창작터는 성북구청이 예산 7억8800만 원을 들여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총 43명이 이 곳에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창작터에서는 개발에 관한 기술 멘토링은 물론 법률, 세무, 노무, 특허, 창업 등 5개 분야 8명의 상담위원들이 자문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관내에 대학이 많은 점을 이용해 어플리케이션 산업을 특화시켜 성북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북구는 '1인 창조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청의 1인 창조기업지원센터 지정을 받아 예산 지원도 이끌어 냈다.

▲ 발표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프레시안(김하영)
김영배 구청장은 "기초단체 차원에서는 꽤 큰 투자를 한 것"이라며 "아직 간부 공무원, 구의원들의 어플리케이션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 오늘 발표 내용을 보니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가 이 사업을 가장 먼저 실시했고 창작터의 모습에 따라 이곳이 어플리케이션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대학이 몰려 있는 강북권이 청년 일자리와 스마트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조닝(zoning)화 하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 구청장은 "많은 청년들이 이 공간에서 함께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휼렛과 패커드의 차고가 차고에 그치지 않고 훗날 '실리콘밸리'가 되기까지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연계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에서 이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다행히도 더는 차고에서 버틸 수 없게 된 기업가들을 위한 공간이 근처에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공대 학장 프레더릭 터먼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민간 기업들을 위해 대학 부지에 280만 제곱미터 상당의 산업 구역을 조성했고, 덕분에 그 지역은 기술 혁명의 요람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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