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민들을 진압했으며 연행된 이들 중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사회 원로 및 단체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국회 진입한 시위대 전원 경찰에 연행
이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국회 앞에서 연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에 모인 시민 2500여 명(경찰 추산)은 대회가 시작하자마자 국회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범국본은 이날 계획된 집회 순서를 모두 취소하고 곧바로 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회로 가는 길은 번번이 경찰에 막혔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2500여 명의 시민들은 경찰이 국민은행에서 국회 정문으로 가는 길을 막아 서자 국민일보 본사와 순복음교회 쪽 도로로 돌아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한강 둔치 쪽에서 국회로 향했다. 경찰은 이들을 급히 막았지만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했던 국회 북문 쪽에서 시위대는 도로로 올라왔다.
일부 시위대는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이들을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고 그외 다수의 시민은 국회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국회로 진입한 시위대도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연행자는 63명으로 이 중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박자은 의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 물포를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는 경찰. ⓒ뉴시스 |
현재 국회 안에는 살수차 등을 동원한 경찰 병력 수백여 명이 대기하고 있으며, 본회의가 진행 중인 현재 본청의 모든 출입문은 셔터로 봉쇄된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살수차 및 경찰차로 국회를 전면 봉쇄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회 밖에서도 연행이 계속됐다. 경찰은 국회 북문에 모인 시위대에게 물포를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해 연좌시위를 하던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7명의 단체 대표자 전원과 국회 내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 3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후에도 계속 국회 밖 시위대를 향해 물포를 쏘았고, 참가자들은 인근 한강변 등으로 물러났다. 이후 시위대는 오후 4시 30분께 여의도 국민은행으로 모인 뒤 자진해산했다.
▲ 국회에 진입했다 연행되고 있는 백기완 소장. ⓒ연합뉴스 |
▲ 국회에 진입했다 경찰에 연행되는 여학생. ⓒ연합뉴스 |
범국본 "한미FTA는 당연히 재검토되고 폐기돼야"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이날 배포한 결의문을 통해 "고작 평균 2%에 불과한 주력 수출제품의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농축산업, 제약, 의료, 금융 등 비교열위 부문을 미국의 초국적 자본에게 전면 개방하는 기존의 '수출지상주의'를 답습하는 한미FTA는 당연히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미국의 '상전'들보다 늦게 통과시키는 게 못내 불안한 것인지, 이 정권은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아랑곳없이 '묻지마 강행'을 외치고 있다"며 "이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수출만이 살길이다', '미국에 빌붙어야 살 수 있다' 뿐이다"고 비판했다.
범국본은 "이러한 자들에게 우리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투쟁만이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국민과 함께 매국협정을 기필코 저지하고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농민총연맹 등 농어민 단체 36개도 여의도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한미FTA 저지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한미FTA 반대를 외쳤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FTA가 국민을 기만하고 농민을 속이는 거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미FTA를 찬성하는 국회의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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