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은 없다…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심판'"

'당 개혁' 전면에 서나?… 홍준표 '무승부' 주장에 비난 쇄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완패'로 자신의 대세론도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원래 대세론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는 28일 측근인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광주 염주동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이 대세론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대세론이란 원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에 쌓인 불신,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한 배신감, 생활고를 책임져 주지 못한 무책임 등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가 사실상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 차원이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국을 다니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국민이 정치권에 대해 화가 많이 나 계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분을 만나고 또 얘기를 듣고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20~40대의 민심 이반에 대해선 "세대를 막론하고 국민의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패인에 대해 젊은 세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지지했다가 실망하면 반대로 돌아서는 것이 민심, 천심이어서 정치권이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떻게 하면 그 뜻에 부응하고 희망을 드릴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결국 선거 결과에 따라서 비대위 구성한다고 전에도 그랬지 않느냐. 전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변화를 이뤄내려는 강한 실천과 의지가 없다면 또 말로 끝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언급은 당의 전면적인 변화를 위해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홍준표 "무승부" 발언에 박원순 "반성없는 정당", 정두언 "셧 더 마우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심판'이었다는 박 전 대표의 해석과 달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기지도 지지도 않은 노사이드(무승부)"라고 주장해 당 안팎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홍 대표 입장에서야 친이계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사퇴론'에 전면으로 맞선 발언이었지만,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먼저 '승자'인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이날 당선 인사차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한나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구태의 정치를 그대로 하고 있고, 제대로 된 반성이나 성찰이 없는 정당이라고 느꼈다"고 비판했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서울은 졌으나 다른 곳은 모두 이겼다? `셧 더 마우스'(Shut the mouth)"라며 "아내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는 말이 새삼 절실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홍정욱 의원도 트위터에 "투표함도 못 열고 '사실상 승리', 수도 서울 뺏기고 '사실상 무승부'…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라고?"라며 "안 보이는가 아니면 안대를 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천지개벽, 사필귀정. 개인이 정당을, SNS가 언론을, 국민이 정치를 사정없이 무릎 꿇리다"라고 평가한 뒤, "소는 잃은 지 오래, 외양간은 고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탄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