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진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이겼다고 졌다고도 할 수 없다"며 애써 재보궐선거의 의미를 부여했다.
홍준표 대표는 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밤 11시30분께 여의도 당사를 떠나면서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강원과 충청, 대구, 부산 등지에서 다 회복했고 양천구청장도 이기면 서울시장만 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정부 (재보선) 때는 여권이 40대0으로 지지 않았느냐"며 "우리가 8곳에서 완승을 한 것인 만큼 의미있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대변인 역시 이날 밤 당사 기자실을 찾아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우리가 후보를 낸 나머지 8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모두 완승했다"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로운 희망의 등불을 보게 됐다"고 자평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평가를 두고 당내에선 홍 대표가 서울시장 패배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직후에도 "사실상의 승리"라는 평가를 내놔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나경원 "시민 여러분 뜻 겸허히 수용할 것"
반면 나경원 후보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된 순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나 후보는 이날 밤 11시께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을 찾아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등장한 나 후보는 "그동안 성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시민 여러분,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변화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해서도 "새로 당선되실 시장님께서 서울의 먼 미래를 위해 훌륭한 시장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박 후보의 승리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한나라, 애써 의미 부여하지만…'텃밭' 강남 민심도 '흔들'
한나라당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당장 총선 전략엔 비상등이 켜졌다.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전했다.
특히 송파 지역에선 27일 오전 0시 현재 불과 2.8%p 안팎의 차이로 박 후보가 나 후보를 따라잡았다. 이는 이변에 가까운 것으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송파에서 51.3%를 얻었고, 한명숙 전 총리는 40%대에 그쳤었다. 강남 3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징조다.
한편, 현재 개표는 70.1% 진행됐으며, 박 후보의 득표율이 53.4%로 나 후보(46.3%)를 크게 앞지른 상태다. 특히 나 후보의 지역구인 중구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를 4%p 남짓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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