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대한 직설적 문제제기로 정치적 성가를 높였던 김 지사는 이날도 "정부가 공산당보다 못하다. 배은망덕 하다"고 거친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지사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여야 비수도권 vs. 김문수+한나라 수도권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없었다. 지난 2일 "차라리 JSA에 포항제철 이전을 요구하라"며 김문수 지사를 맹비난 했고, 이날도 '영원한 촌놈 김성조'라는 정책자료집을 내놓은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과 김 지사의 공방을 불꽃을 튀겼다.
김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자 마자 김 지사는 "(김성조 의원의 지역구)구미가 잘사는데 구미를 (규제로) 묶으라고 한다면 동의할거냐"고 선공을 가했다. 이에 김 의원이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데 지방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어놓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격했지만, 김 지사는 "지방이 잘살기 위해 수도권을 묶어야 한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다"면서 "수도권을 (규제로) 묶어서 구미가 발전한 것이냐"고 받아쳤다.
이 와중에 김 지사는 "구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곳"이라고 말하고 김 의원은 "행정안전부 자료에 보면 구미는 용인 등 경기도에 비해 낙후된 곳"이라고 응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지역구가 전남 나주 화순인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수도권 완화 움직임 때문에 입지하려는 공장들이 취소하거나 공장 총량제 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균형 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경기도, 수도권 이익만 주장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 지역영웅주의의 사고다"고 김 의원을 거들었다.
경남 창원 출신인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도 "수도권은 비만증으로 효율이 저하되고 있으며 지방은 영양실조로 고사상태다"라며 "중앙집권 양상 심화되며 중추기능 80% 이상 집중돼 있고, 돈 사람 모두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서 지난 19년간 48.6%의 인구가 모여 있다"고 지적했지만 김 지사는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권 의원은 "지방분권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이지만 균형발전은 정부가 비료를 줘야 하는 것이기에 같은 선상으로 취급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으며 "선 분권화, 선 균형발전이 이뤄진 이후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역 출신 의원들의 연합 공세에 수도권 의원들도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경기 고양 출신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은 "일본은 80년대부터 수도권 규제 폐지하면서 중앙, 지방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며 "수도권은 물론 나라경제에도 영향 미친다는 게 분명하다면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주는 게 맞다"고 김 지사를 거들었다.
서울 강북 지역구의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한술 더 떠서 "도정현안 보고에서 왜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1번에 올리지 않고 지방 재정 문제를 1번에 올렸냐"면서 "수도권 규제 철폐를 1번으로 올리고 당당하게 주장해야지, 이 것은 김문수답지 않은 업무보고다"고 김 지사를 엄호하고 나섰다.
의원들끼리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김 의원은 "정부가 지방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새만금 사업은 좋은 사례고 대구 경북만 해도 포항, 구미가 발전하는데 이것을 균형발전의 시각으로 평준화하면 망해먹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지사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도(道) 폐지 반대"를 강조했다. 그는 경기 평택 출신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의 관련 질의에 "도는 1013년에 시행된 후 딱 한번 1895년에 폐지됐고 일년 뒤에 13도제로 다시 부활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며 "전 세계 적으로 도와 같은 광역행정단위 없이 일층제로 지방행정을 운영하는 곳이 있는지 조사했지만 없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특유의 독설화법 여전
이날 국감에서는 김 지사의 '막말'도 도마에 올랐지만 김 지사는 태연하게 '막말'을 이어갔다. 민주당 김충조 의원은 김 지사의 '공산당보다 못하다'는 등 지금까지의 '막말'을 하나 하나 확인하며 질의를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철폐 공약했음에도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로 "배은망덕한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김 지사는 "지금도 같은 심정"이라면서 "선거 공약도 그렇지만 경기 북부가 국방을 책임지는데 경찰서 하나 안 만들어 준 것은 국가가 은혜를 모른다는 취지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지사는 "공산당보다 못한 정부"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공산당은 수도권 규제가 없다"며 "경기도 규제는 공산당보다 못한 점이 많이 있다. 지금도 국가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확인했다.
지난 8월 '촛불 집회도 못 막는 정부는 그만둬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과도한 집회가 장기화되는데 대처 못하는 정부의 치안 정책은 매우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지만 김 지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안경률 의원은 "정신이 나갔다. 공산당보다 못하다. 히틀러보다 못하다는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국민들이 당황스러워한다"며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김 지사의 갈등으로 비치는데 이는 대통령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지방행정을 하면 중앙에 대해 할 말을 못하는데 내가 안하면 누가 하느냐. 잘못된 것들이 정말 많다"고 맞섰다.
"출판기념회도 소방헬기 타고 가나" 한편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는 김문수 지사의 잦은 소방헬기 이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 와중에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김 지사가 올해 초 신년 하례식과 국회의원 출판 기념회에 헬기를 이용해 참석한 것을 두고 "소방용 헬기는 긴급 도정활동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며 질타했다. 강 의원은 김문수 지사가 취임 후 3년간 93회 이상 소방헬기를 이용해 전국 시 도지사 소방헬기 이용율 1위를 차지했다며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긴급한 도정활동이냐"고 따졌지만 김 지사가 "판단은 우리가 한다. 긴급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해 화를 자초했다. 이에 강 의원은 김 지사의 답변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김포 출판기념회 참석장 위에서 헬기가 이착륙 했잖아요"라며 "다시 묻습니다. 긴요한 도정 업무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반말을 써도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제원 의원도 "국회의원이 품위를 지켜야지..."라고 거들고 나서자 강 의원은 장 의원에게 "입 다무세요"라고 말했다. 다시 장 의원은 "입 다물게 해 주세요"라고 받아치 면서 고성이 오갔다. 결국 조진형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조용히 하라"면서 "강기정 의원의 질문을 김 지사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른 뜻으로 받아드릴 필요 없고, 같이 고함지르는 것은 모습이 좋지 않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 질의에 앞서 조 위원장은 "오전에 매끄러운 발언이 안돼서 의사 진행에 걸림돌이 있었다"며 "그런 면에서 김 지사가 한말씀 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김 지사는 "도에서는 제가 취임한 이후 헬기 사용과 관련 민원이 많아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경우 사용 안하도록 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다면 시정하고 고쳐나가겠다"고 해명했다. 김 지사는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 사용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김포 상공회의소, 포천 상공회의소 등 4~5군데 신년 인사를 다니다가 유정복 의원의 출판 기념회에 들른 것"이라며 "당시 스케줄 자료가 없어 해명이 안된 점에 있어 답변이 부족했다"고 말해 공방은 일단락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엄호'가 눈에 띌 정도라 여권 차기 주자군으로 꼽히고 있는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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