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미안하다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 돼요. 시급 4320원을 받고 10시간씩 1년을 숨만 쉬고 일만 해서 꼬박 모으면 1년 학비가 생기죠. 그렇게 1년 알바하고 1년 공부하고 반복하면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죠. 쉽죠? 대학 졸업 후 토익 900점만 넘으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6개월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면 돼요. 어학연수 갈 돈이 없다면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서 1년 동안 숨만 쉬고 바코드만 찍어내면 어학연수 비용이 나오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면 되는 데 수술비용이 없다면 또 그 편의점에 들어가서 숨만 쉬고 일하면 비용이 나와요. 이렇게 대기업에 들어가서 10년 동안 꼬박 일만 하고 숨만 쉬고 돈을 모으면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쉽죠?"
지난 16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 '대기업 취직 방법'이 화제다. 현재 대학생의 삶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어서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생은 '사마귀 유치원'에서 말하는 것과 대동소이한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대학생은 왜 이런 삶을 사는 걸까.
영등포산업선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비정규노동선교센터 개원 맞이 토론회를 열고 현 한국사회의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열심히 일하지만 삶은 쉽지 않다"
이날 시선을 끄는 패널은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이었다. 은 연구위원은 "지금의 대학생들은 대기업 정규직에 들어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졸업한 이후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은 "한국에서 경제활동참가인구(취업자+실업자)는 2500만 명이고 그 중 임금 노동자는 1700만 명"이라며 "대학생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은 위원은 "하지만 한국에서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2%를 차지한다. 두 명 중 한 명꼴"이라며 "여기에 있는 이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삶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은 자신이 직접 만나 면접을 했던 200여 명의 사람 중 일부를 일례로 들었다.
"74년 생인 김범 씨는 모텔 점원을 1년 했다. 그러다 다른 모텔로 옮겨 각각 5개월, 7개월간 일을 했다. 모텔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월급을 더 받기 때문이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2년 동안 공부했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뚫기는 어려웠다. 결국 스펙을 쌓아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모텔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갔다 왔다. 이후 섬유회사에 정규직으로 어렵게 취업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회사가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분식집을 차렸다. 하지만 이것도 망해 결국 다시 모텔에서 일하고 있다."
은 위원은 "모텔의 경우, 급여를 현금으로 준다"며 "그러면 근로 기록 자체가 없어 노동자는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은 "더 중요한 건 스펙을 쌓아도 이 스펙을 쓸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주지 못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에게 진짜 절실한 것은 '좋은 일자리'다"
대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으니 등록금 때문에 생긴 빚을 갚을 길이 요원하다. 은 위원은 "현재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지만, 반값 등록금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일자리"라며 "대학생들은 자신이 쌓은 스펙을 쓸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위원은 "한국 사회는 초·중·고 16년 동안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며 "하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가 졸업할 때가 되면 눈을 낮춰야 취직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은 "대학생이 한국 사회 현실을 알고 취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이라며 "16년 동안 교육 받은 걸 단 6개월 만에 뒤집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독한지 아니면 우리 대학생들이 너무나 착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은 "대부분 대학생은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신에게 화살표를 돌린다"며 "하지만 지금의 구조 속에서 대학생이 혼자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통 기업이나 시장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다. 맞다. 상품 시장에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인간은 상품이 아니다.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과 시장을 지배하는 효율성, 경제성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 그게 정의이고 시민권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은 버리고 태우면 그만이지만 인간은 그럴 수 없다."
은 위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중산층이 두꺼워지면서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는 사례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 위원은 "또한 세금을 더 거둬 복지정책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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