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부친 사학 관련 청탁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나 후보의 부친이 소유한 화곡중·고등학교는 나 후보가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이사를 맡고 있는 학교이며, 지난 16대 국회에선 학교 행정실장이 감사 자료를 불태워버릴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학교"라며 부친의 사학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나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범야권 박원순 후보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부친이 소유한 학교는 당시 감사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나 후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나 후보 부친이 소유한 화곡중·고등학교는) 16대 국회 당시 감사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50일 정도를 끌다가 유일하게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학교"라며 "'왜 제출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행정실장이 불태워버렸다고 직접 해명을 할 정도로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학교"라고 폭로했다.
나 후보의 부친 나채성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회계장부 일체를 소각했다는 것. 나 후보 역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이 학교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정 전 의원은 "그런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나 후보가) 지레짐작 겁을 먹고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당시 나 후보가 찾아와) 학교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 것 자체가 (청탁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사립학교법 개정 작업이 한창이던 2005년 나 후보가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이던 자신을 찾아와 부친 소유의 사학을 교과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나경원 후보가 큰 거짓말을 했다"며 "(홍신학원 산하의 화곡중고등학교는)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임과 동시에 나경원 후보 자신이 지금 이 학교의 이사인데, 이게 나 후보와 별개의 문제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당시 아버지 학교의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운영을 문제를 삼아 정봉주 전 의원에게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한 것 뿐'이라는 나 후보 측의 주장에 대해 "그것은 (당시 나 후보 부친이 이사로 있던) 동일학원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가 정 전 의원을 찾았다는 2005년 당시 나 후보의 부친 나채성 씨는 모두 6개 법인의 17개 학교, 2개 유치원 등 19개 교육기관의 이사 또는 감사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그가 이사로 재직했던 동일학원은 급식비리, 유령동창회비 등 사학비리가 심각했고, 전교조 교사들이 이를 문제삼아 교육부 감사를 요구했다가 해직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2003년 실시된 교육청 감사에선 동일학원에 15억5000만 원의 재정을 환수하라는 조치가 내려졌고, 동일학원 측이 이에 불복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으나 결국 대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나경원 "법적 대응 검토하겠다" 응수
한편, 나 후보 측은 "(정 전 의원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나 후보는 이날 평화방송(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처음부터 감사의 대상이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감사 청탁을 했다는 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정 전 의원 측의 주장이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라며 "저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 명예를 심하게 훼손하는 것들이 가슴 아팠다. 저에 대한 검증은 어떤 검증도 달게 받겠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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