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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아버지'로 모시는 한국, '탈핵'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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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아버지'로 모시는 한국, '탈핵'은 언제쯤?"

[토론회] 포스트 후쿠시마 탈핵·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의 모색

"일각에서는 지금 시기에 '탈핵 시나리오'를 이야기 하는 것이 시기상조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한가한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탈핵'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탈핵'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면서 시민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탈핵'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창립 2주년을 맞아 '포스트 후쿠시마와 탈핵·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의 모색' 심포지엄을 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원자력 확대' 기조를 걷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핵발전에서 벗어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다.

"핵 발전소 수명 끝나는 2028년 '탈핵'의 중요한 해"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2030년께를 한국의 탈핵 시점으로 상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탈핵, 에너지전환 기술 경제 시나리오의 모색'을 발표한 유정민 환경정의연구소 운영위원은 2030년을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는 시기로 제시했다.

유정민 위원은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력 사용을 증대시키고 에너지 낭비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접근법에 있어서 '현재의 에너지 소비 경향을 토대로 에너지 수요를 정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정부의 예측(forecasting) 모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목표를 설정한 후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후방예측(backcasting)' 방식을 도입해 바람직한 미래를 탐색해야 한다"고 소개하면서 "에너지 이행 시점이 너무 가까우면 이행할 수단이 없고 너무 멀면 그 시스템 안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2030년 정도가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능한 시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년배 세종대 교수는 "현 시점을 감안해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까지 사용하고 수명 연장하지 않고 신규 건설 하지 않는 식으로 탈핵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2030년을 목표로 설정하더라도 가정, 산업 별로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인다는 식의 단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2028년이 중요하다. 이 해는 한국이 상업적으로 핵발전을 한 지 딱 50년이 되고 동시에 1980년대에 지언 핵발전소 9기의 수명이 끝나는 해"라며 "2023년부터 2028년 이 5년이 탈핵으로 가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고, 그 기간 동안 핵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준비를 강조했다.
▲ ⓒ프레시안(채은하)

"'탈핵'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대안 제시가 중요"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 시나리오'를 발표한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국가들은 대개 핵 발전 시스템이 고착화되기 전에 핵발전에서 벗어난 국가들(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필리핀)이나 스웨덴. 벨기에. 독일 등은 고착화 수준이 높음에도 에너지 전환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들 나라의 경우 대체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함께 시행되고 있어 국민투표나 법안 통과 등의 정책적 결정이 쉽게 일어났고 석유 파동이나 핵발전소 사고 등의 전환의 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대안을 마련하는 시민사회 운동과 '탈핵'을 추진하는 정치조직의 존재 등이 전환의 요인에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의 경우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핵의 고착화가 이뤄졌으나 1983년 그간 핵발전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주축이 된 녹색당이 창립되면서 탈핵이 의제화됐다.

박 교수는 "큰 흐름에서 시민운동이 큰 역할을 하고 정당에서 이를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 이해관계자 집단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해 탈핵으로 이행을 가능하게 했다"며 "시민운동 쪽에서 보면 환경의식이 고조되면서 독일사회 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력수요가 계속 감소해온 것도 탈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 확대 정책을 더욱 공고화하고 유엔총회에 가서도 핵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공식적 선언까지 한 상태"라며 "얼마전에 한수원이 2020년까지 10년 간 원자력발전에 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원전 기술 개발에 투자된 게 2조 였으니 엄청난 수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는 탈핵 에너지를 지향하는 시민사회나 정치 세력이 없었다"며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다른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등장이 필요하며 핵발전 체제가 갖는 숨은 비용을 드러내고 핵발전을 대체할 대안 에너지의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왜 핵발전을 '신봉'하는가?"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조홍섭 <한겨레> 기자는 "경로를 전환한 나라를 분석 대상으로 했는데 더 필요한 것은 한국, 일본, 프랑스 등의 나라가 왜 아직도 핵에 깊숙히 고착화되어 있는가다"라며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만큼 원자력에 끈질기게 호의적인 나라가 세계적으로 없는듯하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일반인들은 원자력을 단순한 경제성이나 안전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을 근대화의 상징이나 강대국 속에서 우리를 지킬 무기, 아버지 같은 든든함으로 마음 깊이 지지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진보 진영 안에서도 원자력을 보는 눈은 제각기 다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탈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에너지 소비 경향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정민 위원은 △가정 부문은 12%, 상업 부문은 9% 이상 에너지 절감 잠재량이 있다는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 △2024년까지 조명, 인버터, 전동기 교체 등을 통해 핵발전소 발전량 대비 26%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한국전기연구원의 연구 등을 소개했다.

이헌석 대표는 "탈핵 시나리오로 가기 위해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가정 분야의 전력 사용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산업도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보통 선진국에서 전력 사용량은 연간 1~2% 증가하는데 한국은 작년 한해 10%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한국이 어떤 산업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같이 나오지 않는다면 탈핵 시나리오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전기 수요만 줄이는 것 만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요금 책정을 제대로 했다면 전기 사용량이 이렇게 폭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탈핵, 에너지 전환 문제도 결국 국민들이 어떻게 코스트를 지불할 것이냐에 중요한 열쇠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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